7월의 홋카이도
숙소에 우선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었더니 드디어 여행의 실감이 났다. 아침 비행기를 타느라 새벽같이 일어나야 해서 다소 피곤했지만, 첫날을 이렇게 보낼 순 없어서 동네를 거닐기로 했다.
라고 저번 글을 마무리했었다. 그러니까 맥락에 따르자면 동네 마실을 하는 이야기가 나와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진은 식당 사진이다. 분명 내 기억은 동네 마실이었는데..
오타루 기차역 근처, 삼각 시장에 갔다. 사실 나는 시장을 둘러보는 걸 좋아하는데, 시장에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삼각 시장은 언덕에 있는 골목길(?)이다. 겉보기엔 도저히 시장 같지 않지만 문안으로 들어가면 9와 3/4승강장 처럼 작은 시장이 나온다. 직선거리를 따지자면 30m나 될까 싶은 아주 작은 시장이었다. 해산물과 반찬거리, 절임 생선 정도를 파는데 먹고 갈 수 있는 식당이 있었다. 홋카이도는 털게가 유명한데 전문 식당에서 게 요리를 먹기엔 너무 비싸니 여기서 해산물 덮밥을 먹기로 했다.
3가지의 토핑을 고르는 덮밥이었다. 1,300엔 정도로 기억한다. 스몰 사이즈였는데 성인 남자가 먹기에 딱 적당한 양이었다. 일본 사람들은 소식하고 싱겁게 먹는다고 들었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 쌩판 거짓말이었다. 우선 양이 많고, 양념이 된 음식은 다들 짰다.
해산물 덮밥의 비주얼은 훌륭했지만 맛은 그럭저럭 이었다. 별다른 감흥 없는 맛. 해산물을 따로 먹을만한 돈이 없다면 나처럼 한 번에 해결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게다.
멜론이 유명하대서 길가에 있는 아이스크림가게에서 먹은 멜론 아이스크림. 맛 좋은 홋카이도 멜론은 비싼 멜론인가 보다. 저건 싸서 그런가 맛이 없었다. 그냥 한국에서 잘 익은 멜론 골라먹는 게 백배 낫다.
숙소는 일본 가정집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였다. 덕분에 삐걱삐걱 소리 나는 나무마루와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함께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은 쇼핑몰 지하에서 먹었다. 야끼소바와 오꼬노미야끼 세트메뉴를 시켰다. 사진은 훌륭하지만 맛은 별로다. 문득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원망하지는 않기로 했다. 어쩌면 나야말로 겉보기는 멀쩡하지만 알맹이는 부족한, 함량 미달의 인간이니까.
줄줄이 꽂혀있는 당고. 베어 문 순간 왜인지 모르게 촉촉한 단물이 확 퍼진다.
특색 없는 거리에 작도고 빨간 건물이 있다. 삭막한 세상에서도 너와 내가 작은 사랑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처럼.
일본엔 많은 지역 양조장에서 지역 맥주를 만든다. 오타루에 있는 지역맥주(지비루) 양조장. 창고로 썼던 큰 건물에 양조시설과 펍이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지역 축제. 생각 외로 사람들이 많이 지켜본다. 눈치를 봐서는 지역 주민들 밴드 경연대회를 하는 것 같았다.
사실 오타루의 운하. 다들 왜 이 각도에서 사진을 찍느냐 하면은, 운하가 꼴랑 이게 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