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가 불안한 밤에
또다. 또 화장실에 가고 싶다.
요즘은 밤만 되면 한 가지 걱정이 날 덮쳐오는데, 그건 바로 화장실에 너무 자주 가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면에서든 큰 일(무대에 오른다거나, 발표자로 나선다거나 하는)을 앞둔 긴장의 증표라면 전혀 걱정거리가 될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기 전이라면, 오히려 그 준비성을 칭찬할 만한 일이 리라. 하지만 문제는 꼭 잠자기 전에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
어제와 같은 오늘을 마무리하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준비하려면 난 지금 잠을 자야만 한다. 하지만 먼지 투성이라고 해도 포근함은 뒤처지지 않는 내 연두색 이불에 파묻혀 잠이 들라치면, 어김없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 분명 조금 전에 다녀왔는데 왠지 불안하다. 지금 화장실에 가면 폭포수가 내릴 것 만 같은 기분이 들어 화장실에 가보면 웬걸 개울물이 졸졸 흐르다가 만다. 또 속았다. 오늘도 또 시작인 건가.
그렇게 화장실에 가고 싶은 병이 발병한 날이면, 증상은 보통 10분 간격으로 세 번 정도 나타난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순간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은 안될 것 같다는 불안에 휩싸이는가. 혹시 잠든다는 건 나에게 긴장을 해야만 하는 '큰 일'이거나, 준비성이 필요한 먼 '여정'인 것일까.
잠은 오늘을 마무리하고 내일을 맞는 것임에 분명하다면, 나는 오늘을 마무리하는 것과 내일을 맞는 것. 그 둘 중 어느 쪽을 힘겨워하는 걸까. 어느 쪽이 '큰 일'이고 어느 쪽이 '여정'인 걸까. 혹시 오늘이 어제와 같다는 걸 내일이 오늘과 같을 거라는 걸 그걸 받아들이는 게 나에겐 너무도 '큰 일'이고 각오해야만 하는 '여정'인 거라면, 그래 나는 너무 가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