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책일기 #3
네가 없이 올려다본 하늘의 모퉁이.
전깃줄은 어지럽고 가로등은 위태로웠다.
전봇대 하나가 휘청거리는 날에는 모두가 마구 엉켜 이 거리가 전부 깜깜해지고 말 거야. 빛도 통신도 없는 거리에서 심장은 덜컥 내려앉을 터이니, 위태롭게 연결된 우리는 어쩌면 각각의 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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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감히 널 이해한다는 게, 날 이해해달라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이었을까. 다만 위태하게 하늘에 걸린 전깃줄처럼, 너라는 섬에 오직 가닿기만을 바래야만 했어야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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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달랐을까.
우리도 그렇단걸, 그때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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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chany.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