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은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고양 Oct 22. 2018

우리도 그렇단걸, 그때 알았더라면.

공책일기 #3


네가 없이 올려다본 하늘의 모퉁이.

전깃줄은 어지럽고 가로등은 위태로웠다.

전봇대 하나가 휘청거리는 날에는 모두가 마구 엉켜 이 거리가 전부 깜깜해지고 말 거야. 빛도 통신도 없는 거리에서 심장은 덜컥 내려앉을 터이니, 위태롭게 연결된 우리는 어쩌면 각각의 섬일 것이다

⠀⠀⠀⠀⠀⠀⠀⠀⠀⠀⠀⠀⠀⠀⠀⠀⠀

그러니 감히 널 이해한다는 게, 날 이해해달라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이었을까. 다만 위태하게 하늘에 걸린 전깃줄처럼, 너라는 섬에 오직 가닿기만을 바래야만 했어야는 데.

⠀⠀⠀⠀⠀⠀⠀⠀⠀⠀⠀⠀⠀⠀⠀⠀⠀

조금은 달랐을까.

우리도 그렇단걸, 그때 알았더라면.



Instagram @empty_diary

그림 @chany.0

매거진의 이전글 그 길 위에서, 난 길을 잃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