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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후생 Mar 09. 2020

일상의 멋진 글




  난생처음으로 작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하는 것도, 그것을 매체에 옮겨 싣는 것도 처음이었다. 인터뷰에 앞서 그분의 저서를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분의 책을 읽었다. ‘우두미'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작가님이다.

      

  책의 제목은 <일상의 짧은 글>이다. '저의 글은 세상을 뒤흔들만한 위대한 글도, 흥미진진하고 첨예한 줄거리의 글도 아닙니다. 아주 작고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글마저도 누군가에게는 일말의 웃음과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행복합니다. 세상의 하찮은 글, 작은 글, 하지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것. 거기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습니다.’ 


  표지에 적힌 글이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위대한 글도, 첨예한 줄거리를 가진 긴박한 이야기도 아니다. 공감하는 대목이다. 나 또한 그런 글을 쓴다. 아주 작고 개인적인 경험. 그리고 ‘이런 글마저도 누군가에게는 일말의 웃음과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도 행복이다.      


  책을 읽어나가다 눈에 띄는 글을 발견했다.


  나는 가끔, <브런치>의 메인 페이지에 노출된 작가들의 글을 한 번씩 클릭해본다. 그들도 결국 아마추어 작가지만, 같은 아마추어 세계라 해도 그들이 얻고 있는 인기는 나에 비해 넘사벽이라 할 수 있다. 구독자도 많고, 그만큼 많은 댓글과 공감이 달린다.

     

  이 세계에 발을 들이기 전에는, 서점에 있는 '진짜 책'을 낸 작가들만이 나의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가 되는 지난한 단계를 눈으로 보고 나니, 이제는 나보다 인기가 많은 비(非) 프로 아마추어 작가들을 부러워하게 된다. 



  '작가가 되겠다는 나의 꿈은 굼뜰지언정 소멸된 적은 없었다. 몇 년 뒤에는 이 글이 성지 글이 되길 바라며, 오늘의 포부를 마무리해본다.'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매일매일 글을 쓰자>란 글의 한 대목이다. 이 글은 우두미 님이 브런치 시작 1년 차에 쓴 것이다. 다시 1년 뒤, 책을 내셨다. 1년 차 때 구독자는 188명이었고, 2년 차엔 400명에 가까웠다고. 현재는 '988명'. 두 배로 훌쩍 뛰었으니, 그야말로 눈부시게 성장하셨다. 작가님 말대로 그때의 글은 분명 '성지'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속물인 것 같아 미처 밝히지 못했던 나의 꿈은 그래. 누구나 들으면 알법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다. 서른하나가 되어서야 이 못난 마음을 밝힌다. 나는 내 꿈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돈으로 내 집도 사고 싶고(지금 집은 전세다), 남편 차도 바꿔주고, 엄마 아빠의 보금자리도 옮겨드리는 그런 멋쟁이 작가가 되고 싶다. 무엇보다 글 쓰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되지 않아 늘 제2의 (생계적 수단으로써의) 직업을 가져야만 하는 삶을 청산하고 싶다.



  2020년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을 때 올라온 비교적 최근에 쓰신 글이다. 용기를 내어 속마음을 밝히는 대목이다. 나는 우두미 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때로, 글 쓰는 것만으로 돈을 벌고 싶어서. 조급해질 때가 있다. 거기엔 두 가지 방법뿐이다. 공모전에 당선되거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야 한다. 말로는 작은 글을 쓰며 만족한다고 나를 설득한다. 작은 글은 나의 어떤 작은 현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게 더 자주 설득당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다. 언젠가 아버지가 타고 싶어 하시는 K7을 사드리고 싶다. 여유가 생긴다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베풀며 살고 싶다. 금전적으로 만족할 날이 올까. 나는 글을 써서 제1의 독자인 여자친구에게 보여주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 나는 글을 쓰고, 그녀는 읽는다. 그리고 그녀도 열심히 쓴다. 감상평을. 그녀는 나를 칭찬한다. 오빠는 최고의 글쟁이야! 나는 대답한다. 너는 최고의 글쟁이를 울리는 최고의 글쟁이야! 


  문장으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꼭대기에 오른 소설가 김승옥조차. 생계 문제로 잡지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지 않은가. 대개의 글 쓰는 사람은 글만으로 먹고살 수 없다. 그것은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마어마한 확률을 기대해야 하는 일'이다.


  '세계 최정상'이 밝히는 습관과 전략을 담은 자기계발서, <타이탄의 도구들>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1,000명의 팬을 확보하라.’              

  ‘성공은 복잡할 필요가 없다. 그냥 1,000명의 사람을 지극히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해야만, 스티브 잡스처럼 혁신가가 되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성공은 아닌 것 같다. 《타이탄의 도구들》이 말하는 것은 작은 성공론이다. ‘하찮고, 작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면 족하다. '아주 작고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이야기'면, '누군가에게는 일말의 웃음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야기'면, 도달 가능한. 그녀의 글에 진심으로 울고 웃는 진정한 팬 1,000명을 목전에 둔 우두미 님 이야기지 않은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참 행운이겠지요.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저의 소망을 이루어주셨어요.



그리고 책의 말미, 작가의 말이다. 내가 당신의 다음 소망에까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일상의 멋진 글」  20.03.09.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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