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장님은 면접을 나의 웃는 얼굴이 좋다며 칭찬을 했다. 긍정적인 평가였다. 면접이 끝날 때, 언제 나오라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첫 출근은 3시간이었고, 앞의 1시간은 OT 형식으로 설명을 들었다. 내가 일하게 된 「코테가에시」는 각지에 지점을 둔 체인이었다.
큰 기업답게 신입사원 메뉴얼이 있었다. 메뉴얼북을 받고 기본 예절과 인사를 배웠다. 기본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경어도 익혔다. 첫날은 3시간밖에 일하지 않았는데도 굉장히 고단했다. 아르바이트를 다시 해보는 게 꽤 오래 되어 다리와 팔이 아팠다. 무엇보다 딱딱한 구두속 발이 아팠다.
인기 체인 주방답게 할 일이 많았다. 신입이라 조리는커녕 요리를 배울 단계는 아니었고, 설거지만 주구장창했다. 일본에서 처음 일을 구할 때 카페나 식당 홀을 지망했던 이유가 바로 언어 때문이었다. 일본인이 많은 가게였지만 일본어를 사용할 기회는 많지 않았고, 몸을 쓸 기회가 훨씬 많았다.
유튜버를 비롯한 여러 워홀 블로거들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워홀 생활'과 '언어가 느는 것' 사이의 상관관계는 그리 크지 않다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며 하기 나름이라고. 왜인지 알 것 같았다. 일본인 가게에서 일하더라도 사람 나름이다.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뭔가를 찾아서 해야하는 거였다.
코테가에시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특이한 인사를 나누는 문화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키친/홀]의 [루키/레귤러/시니어] 누구누구입니다
라고 형식적인 소개를 나눠야했다. 사람들 앞에서 자기 소개를 할 때면 괜시리 말문이 턱 막히는 그런 분위기 가 감돌았다. 또 다른 한 가지 특이하고 재밌는 점은 누군가의 부탁 혹은 지시에 대답할 때 '카시코마리마시타'(かしこまりました)라고 대답해야 했다. 군대로 치면 다나까 같은 느낌이었다.
첫날에 만난 사람들은 부점장 '갓코' 씨, 중국에서 온 '쇼' 씨, 일본인 시니어 '아베', 레귤러 '타이라' 씨였다. 갓코 씨는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는 일본인 20대 여성이었다. 나에게 서툰 한국어로 '한구루'(한글) 단어를 말하며 내가 뜻을 알려주면 아이처럼 좋아했다. 쇼 씨는 중국에서 경제학 학사를 마치고 일본 대학원 시험을 준비하러 왔다. 아베 씨는 이름이 특이해서 만나자마자 일본 총리 '아베'와 연관성을 물어보았는데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배우 같은 얼굴의 상당한 훈남으로, 주방을 책임지는 믿음직한 마스터 느낌이었다. 타이라 씨는 개구쟁이처럼 생긴 일본인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학생 때 야구부였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또 알고 보니 웬만한 남자들은 중고생 때 야구부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