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후생 Jun 08. 2020

엄마의 생신

영상편지를 선물로 드리면 어떨까?


"누나, 엄마 생신 선물로 뭘 드리는 게 좋을까?"


"ㅋ"

"영상 편지? 저번에 보내려다 못 보냈잖아"


"그랬지 ㅋㅋ"

"함 찍어볼까?"


"ㅋ"


며칠 전 누나와 나눈 카톡 대화는 이랬다. 영상 편지는 미뤄뒀다 나중에 찍기로 하고, 먼저 선물을 골랐다. 주변에서는 클럭 마사지기가 어떠냐고 추천해주었다. 팔, 발, 다리, 허리 등을 부분적으로 마사지하는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도 한다. SNS를 핫하게 달군 상품이다. 막상 리뷰를 찾아보니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몸이 아프셔러 이미 많은 기계를 구비하신 엄마께는, 대신 좋은 화장품을 사드리기로 했다.


생신날이 되었으나, 나나 누나나 영상 편지는 감감무소식이다. 오후 느지막이 일어나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린다.


"아들~"


나를 반가워하며 헉헉 소리를 내셨다.


"시장에 장 보러 나왔어~"


마스크 쓰고 시장을 거닐다 보니 숨이 차신 모양이었다. 숨을 고르는 엄마가 가여워 축하 인사만 드리고 얼른 끊어드렸다. 장을 다 보시고 집에 들어가셨는지 몇 분 있다가 카톡을 보내셨다.


"사랑하는 아들이 엄마 생일 기억해줘서   기뻤어용.  감동감동 먹었죵"

"누나도 축하해 줬고 소고기 사서 맛있게 먹으라고 돈을 보내줘서 아까 쇠고기도 사 왔지"

"사랑스럽고 금쪽같이 귀한 두자식이 있기에 오늘 엄마가 존재함을 꼈어"

"일생 중에 가장 잘한 일이단다.  자식을 낳아 길렀던 게. ㅋㅋㅋ"

"사랑스런  자식이 엄마눈에 넣어도  아프단다"

"모든  감사하고  감사하단다"

"부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들의 따스한 온기도 느껴져^^"


나는 엄마가 타자를 치기 위해 얼마나 핸드폰을 오래 들여다보시는지 알고 있다. 독수리타 아닌 독수리타를 치신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종종 장문의 톡에 일일이 대답하기가 부담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레퍼토리가 같은 사랑에 항상 비슷한 답을 해야 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오늘 보내주시는 말씀에서는 유독 찡한 감정이 들었다. 평소에 정성스레 대답해드리지 못했던 것도 죄송스러웠다. 이번에는 집에 도착한 엄마와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려고 전화를 걸었다.


"어 아들~"

"저녁 맛있게 먹고~"

"또 통화하자~ 어~ 어~"


내가 감동받았던 카톡 내용에 대해 이야기라도 할라치면 엄마는 얼른 끊으려고 어~ 어~ 소리를 높이셨다. 가끔은 하해와 같은 사랑을 베푸는 엄마도, 끔찍이 여기는 아들의 전화를 일찍 끊고 싶은 날도 있나 보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사랑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2020년 3-4월 결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