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는 천국에서 만났을까

by 김결 kimgyoel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화요일 밤에 돌아가셔서 수요일 하루만 문상객을 맞이했다. 이번엔 정말 이틀을 거의 1~2시간 자고 버텼다. 이상한 게 있다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와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와 달리 어딘가 모르게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는 것.



설 연휴 일주일 전 미리 시골에 내려가 할머니를 뵙고 올라왔다. 치매에 걸리셔서 못 알아보기도 한다는데, 평생 손녀딸은 나 하나여서 그런지 단번에 알아보셨다. 내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 너무 힘이 없어서 마음이 찡- 했다. 이곳이 서울이었다면 그리 서둘러 집에 가겠다고 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모든 날이 후회다.



마지막으로 만진 할머니의 얼굴은 차가웠다. 그럼에도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많이 놀랐느냐고 안아줄 것만 같았다. 이제 정말 더 이상 산 사람에게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다정하게 외칠 수가 없다. 모두 위에서 만나 자식들을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왜 저렇게 살고 있냐며 한숨을 푹푹 쉴까, 아니면 그럼에도 부모는 죄인이라며 미안하다고 연신 눈물을 흘릴까.



아직도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유튜브, 영화 모두 마찬가지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오면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러댄다. 누구에게나 각자 사정이 있듯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사랑했다. 뭐 그리 바쁘다고 전화 한 통 안 했는지 지금도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꿈에 한 번만 나와 달라고 (복권 번호도 알려주시면 좋겠지만...) 빌고 싶을 만큼 사랑하고 또 사랑했다.



발인 날은 비가 무수히 쏟아졌다. 천둥이 뚫린 듯 비는 폭포처럼 쏟아졌고, 천둥 번개가 내려쳤다. 화장터까지 가서 결국 장지는 해 뜨는 날로 미루자고 결정되니 비가 귀신 같이 멈췄다. 그럼에도 이미 산에 가는 건 위험해서 장지는 미루는 게 맞았다. 그렇게 집에 가자고 하시더니 집에 오니 좋으셨나 보다.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누군가의 죽음이다. 나는 나의 죽음을 종종, 어쩌면 자주 생각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은 잘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내가 먼저 빨리 죽고 싶단 생각은 많이 하지만 누군가가 빨리 죽길 바라진 않는다. 그런 생각이 무섭다.



보고 싶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일주일이 지났다. 벌써. 하루는 굉장히 느리게 가는 거 같은데 왜 이리 빨리 흐른 걸까. 언제까지 난 할머니, 할아버지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해야 할까. 주변에서 이제 좀 적당히 하라며 핀잔을 주면 멈출까. 어떻게 해야 할까. 펑펑 울고 나면 좀 괜찮아질까? 30살 넘게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 하나 없이 세상을 살았다.



하루가 길고 힘들 때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 목소리가 듣고 싶다.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 그 목소리가, 할아버지에게 오너 라고 하는 그 말이 너무 듣고 싶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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