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한 잡생각들

퇴근 후에 쓰는 두 번째 이야기

by 김결 kimgyoel

출근할 때도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길이 구만리로 느껴지지만, 그것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건 모두가 6시에 퇴근해 다 같이 좀비 같은 모습으로 터덜터덜 올라타는 퇴근길 지옥철이다. 여름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놨어도 덥고, 겨울엔 두꺼운 패딩을 입고 다닥다닥 붙어 있어 덥다.



졸려도, 아파도, 힘들어도, 우울해도 그저 가만히 서서 허공을 응시한 채 난 다양한 생각에 잠긴다. 어쩔 땐 오늘 느꼈던 모든 감정들을 꺼내보고, 어쩔 땐 벽면에 붙은 전단지들을 훑어본다.



그러다 문득 답장하지 못한 카톡이 생각나면 답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몇 시간째 오지 않은 카톡방도 들어가 본다. 1이 사라져 있지 않다. 안읽씹이다. 카톡을 꺼버린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읽씹이었다면 덜 상처였을까? 그렇지도 않을 거 같다. 생각에 잠긴다.



나는 그에게 걸러진 걸까?
그가 나에게 걸러진 걸까?



사실 이게 뭐가 중요할까, 중요한 건 이렇게 인연이 끝이 났다는 건데. 내가 보낸 축하 메시지에 1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건, 무응답으로 응답한 것일 텐데. 신도림부터 신대방까지 이어지는 바깥 풍경을, 노을 지는 풍경을 바라본다.



집에 가는 길엔 그렇게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이 든다. 아직 하루를 정리하기엔 이른 시간인데, 그렇다고 하루가 많이 남은 것도 아닌 그 시간이 그렇게 외롭고, 쓸쓸하다.



사람은 모두 시절인연이고, 인간관계는 물과 같다 생각해야 하는데. 여전히 흘러가는 인연에 슬프고 아쉽다. 그나마 30살이 되어 다행인 건,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는 바쁜 직장인이라 다행인 건 내 신경이 오로지 그 끝나버린 인연에만 쏠리지 않는다는 것.



그들은 왜 나에게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았을까. 내 이야기는 들을 가치도 없었던 걸까. 사람들은 생각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말을 잘 믿었고, 이젠 그걸 하나하나 신경 쓰며 변명하고, 해명하기엔 내 에너지가 바닥이다.



내 카톡을 읽고 나서 답이 없는 게 그의 대답이었고, 그렇게 흘러온 물이 나를 스쳐 다시 흘러갔다.

며칠을 이 얘기를 꺼낼까 말까 고민하다, 이제 그만 놓아줘야겠단 생각이 들어, 퇴근 후에 오늘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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