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올해는 낚시 가요.
그래? 그럼. 됐지 뭐..
더 이상 그는 나에게, 공부를 하라는 말도. 돈을 열심히 벌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김이 빠지는 사이다처럼, 그는 그저 나에게 말했다. 익숙지 않았다.
소금을 치지 않은 부드러운 그 말이.
아버지와 나는 그리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난 성질이 꽤 지랄 맞은 고등학생이었고, 집에서는 자주 큰소리가 났다.
수능을 망치고 한달 후 나는 집을 떠났다.
그런 내가 아버지는 불만이었고,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가 나는 불만이었다.
시간이 지나, 나는 군대를 다녀왔고 홀연 듯 미국으로 떠났다.
몇년만에 돌아온 방에는 낚시대가 덩그러니 있었다.
그래. 아버지는 꽤 낚시를 좋아했다.
비가 내려 호우주의보가 일던 날 밤에도, 그는 낚싯대를 들고 강원도로 향했다.
누군가 그에게 낚시에 관해 물으면, 그는 다섯살 아이처럼 신이나 설명을 했다.
나는 그를 그리 신나게 하지 못했다. 새벽녘 그가 강원도로 간 날,
빨간 립스틱을 바른 계집아이와 영화를 볼 뿐이었다.
작년에 그는 나를 한참이나 걱정했다.
도대체 무엇을 할 것 이냐고 물었고,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답을 질질 끌다가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비가오는 날에는 종종 루도비코의 곡을 듣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몸은 아픈데 없지? 그래? 그럼 됐지..뭐. 오후 두시. 비가 내린다.
어둠을 먹 은 유리창은 아침부터 어둡다. 올해는 그와 낚시하기 좋은 날이 오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