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백 Jul 23. 2022

새벽 두 시에 왜 자꾸 떠들어-03

고생했어.


23살 전역을 하고 운 좋게 친구 소개로 미술학원에 취직을 했었습니다.

일하는 학원 근처에 당시에 재학 중이던 대학교 스쿨버스도 왔기에 학원 근처에 자취방을 얻어서 살았습니다.

스쿨버스에서 자고 학과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스쿨버스를 타고 돌아와 학원에 출근을 하고, 학원이 끝나면 남은 학원 업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새벽에는 학교 과제를 했었습니다. 하루에 거의 세, 네시 간만 자면서 생활했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뭔가 스스로 자랑스러우면서도 끔찍한 기억입니다. 그렇게 살았는데도 뭔가 내가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어느 순간 20대 후반 어느 순간부터 그냥 무기력하게 내 자존심 지킬 정도만 보여주기 식으로 노력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요즘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든 후에도 그 지나간 시간들이 아깝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동안 나에게 휴식기였다고 자기 위로를 해보려 합니다. 합리화 일 수 도있지만, 정말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내가 기를 모았다고.


   생각해보면 그렇게 좋아하던 책도, 영화도, 그림도 흥미를 잃은 지 꽤 된 것 같습니다. 아까 말해 던 것처럼 내 체면 지킬 정도만 의무적으로 본 것 같습니다. 오히려 남들은 이제는 즐기면서 읽고 토론하고 있는데, 나는 그분들을 보면서 부러워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직업적으로 공부하고, 읽고, 쓰고, 그렸지만 데뷔하지 못한 무명은 '아직 노력을 덜 한 사람.' 말이 자주 따라옵니다. 그 말이 정말 듣기 싫었지만,  문뜩 '정말 내가 노력을 열심히 했는데 데뷔를 못한 거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꿈에 취해서 재능도 없는데 버둥거리고 있는 거라면 어떻게 하지?' 여러 복잡한 혼란과 두려움이 나를 계속 무기력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뇌군은 계속 떠들고 몸군은 계속 싫다고 편하고 싶다고 외칩니다.

미성숙한 자아군은 거기서 갈팡질팡하지만, 언젠가는 뇌군도, 몸군도 잘 다스릴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의 마지막은 분명히 아름답고 훌륭할 거라 믿습니다.


그 과정이 매우 힘들고 그리 아름답지 않겠지만.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 모두, 그 과정이 조금은 더 아름답고 조금은 덜 힘들 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새벽두시에 왜 자꾸 떠들어-0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