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 아나운서의 육아 휴직 일기 #15]
조금 현실적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육아 휴직은 결코 '핑크빛'은 아니다.
일단 육아 휴직을 사용하기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아직까지 사회에서 '아빠의 육아 휴직'은 낯설다.
그나마 방송국은 '육아 휴직'과 관련해서 관대하지만
남자 아나운서 중 '육아 휴직'을 쓴 건 내가 거의 처음이었다.
엄마의 육아 휴직에 대해서도 '눈치'를 봐야 하는
다른 회사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아직까지 '아빠의 육아 휴직'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가족을 위한 육아 휴직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아빠는 용기 있는 '슈퍼맨'이 되어야만 한다.
정작 아빠가 원하는 건 아이와의 소소한 시간일 뿐이다.
'아빠의 육아 휴직'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물론 대부분의 선배들은 응원해줬다.
'누군가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
'우리는 못 했지만 너희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육아 휴직이 결정되기까지 눈치를 본 것도 사실이다.
'왜 육아 휴직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끊임없이 설득해야 했다.
주말부부의 어려움에 대해 선배들은 이해해줬지만
만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해야 하는 '설득 과정'은 꽤나 힘들었다.
육아 휴직에 관대한 회사도 이런 과정을 거치는데,
다른 회사에서 '아빠의 육아 휴직'은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육아 휴직자 중 '아빠의 육아 휴직' 비중은 8.5%에 불과하다.
'육아 휴직하면 월급 얼마나 나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 월급은 '없다'
회사마다 사내 복지 차원의 기금이 있지만
없는 경우도 많으니 제외하면
고용노동부에서 나오는 통상 임금의 40%가 전부다.
(하한액 50만 원~상한액 100만 원)
그나마도 75%만 지급하고 25%는 직장 복귀 6개월 후에 일시불로 지급한다.
결론적으로 최대 75만 원의 지원금이 나오는 것이다.
평소에 받던 소득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2016년 1월부터
두 번째 육아휴직은 첫 3개월 동안 최대 150만 원을 받는다.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나는 아내가 '출산 휴가'만 쓰고 직장에 복귀해서
실질적인 '첫 번째' 육아 휴직이었다.
아빠가 육아 휴직을 쓰고 있지만 '아빠의 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웃픈 현실.
육아 휴직을 결정하기 전에 '계획'이 필요하다.
들어오는 수입과 나가는 지출을 예상해야 한다.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에 따른 계획적인 소비가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에도 줄어드는 소득만큼 미리 돈을 모아뒀었다.
물론 아이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소비 자체가 줄어들긴 하지만
그만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도 많아진다.
육아 휴직은 결코 '핑크빛'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변 남성들에게 '육아 휴직'을 적극 권한다.
소득은 줄어들지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생긴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힘들기도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함께할 수 있다.
정말 소중하다.
하루하루가 감동의 연속이다.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이, 아내와 함께
우리만의 '여행지'에서
우리만의 시간을 보낸다.
아이의 성장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우리도 그 시간 속에서 함께 커간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서로만 있다면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만들고 있다.
내게 '육아 휴직'은 그런 의미다.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여행' 같은 시간.
긴~ 인생 속에 주어진 보석 같은 시간 말이다.
지금 당장은 결코 핑크빛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육아 휴직 기간을 돌아볼 때
난 분명 '정말 잘한 결정' 이었다고
지금의 나에게 칭찬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땐 지금 이 시간이 '핑크빛'으로 기억될 거라 확신한다.
그리고 그때의 나와 아이는
지금 이 시간 덕분에 훨씬 더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적어도 난.
하지만 시간이 흘러 육아 휴직 기간을 돌아볼 때
난 분명 '정말 잘한 결정' 이었다고
지금의 나에게 칭찬을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