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 아나운서 육아 휴직 일기 #34]
'독박 육아'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책임 없다
전적으로 네가 책임져라
이제부터는 네 몫이다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온전히 내가 '뒤집어썼다'라는 느낌의 단어
너무나도 명확한 '선'을 긋는 느낌
아무리 생각해도 '육아'와 '독박'은
너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독박 [명사]
화투 놀이의 하나인 고스톱에서, 먼저 점수를 얻어 고를 부른 사람이 이후 다른 사람의 득점으로 인해 혼자서 나머지 사람의 몫까지 물도록 하는 법칙'
적어도 부르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주제넘게) 원 고, 투 고를 외친 책임이 비로소 '독박'으로 돌아온다.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야 한다)'를 일깨우는 인생의 진리다.
적어도 화투 놀이에서는 내가 '고'를 외친 것에 대한 책임이 명확하다.
다른 사람이 났을 경우 '뒤집어쓴다'라는 경고도 미리 했다.
다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했던 선택에 대한 책임이 '독박'이다.
그렇다면, 소위 '독박 육아'를 하고 있는 우리는
과연 어떤 잘못된 선택을 한 걸까?
아이와 둘이 있을 때
때론 무섭고 두려울 때가 있다.
나만 바라보고 있는 이 미약한 존재가 부담일 때가 있다.
‘온전히 나만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 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아이와의 시간이 정말 평온하고 행복하지만 두렵다.
다른 어느 누구도 함께하지 않고,
오로지 '나만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이다.
아내가 출근하고 아이와 둘이 있는 시간.
오전과 오후가 느낌이 다르다.
아내가 회사에 간 지 5시간이 흐른 것과
5시간이 지나면 아내가 오는 것의 차이.
불과 몇 시간 후면 아내가 돌아온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편하다.
아내가 돌아와서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아이와 둘만 있는 시간은
소위 말하는 '독박 육아'와 다를 것이 없지만 안심된다.
‘나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편안함이다.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그저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
적어도 '독박'은 아니다.
마음이 안정되는 순간,
오히려 아이와의 둘만의 시간은 행복하다.
고요한 행복.
세상 누구도 아닌 아이와 나 둘만의 시간
새근새근 숨소리만 집중한다.
콩닥콩닥 심장소리를 나누는 시간이다.
볼을 통해 아이의 온기가 느껴지면 행복하다.
엄마든 아빠든 결국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아이와 함께 있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면 된다.
그 사람의 마음이 편안해야
아이에게도 그 편안함이 온전히 전달된다.
회사에 있지만 '함께 한다'
약속이 있지만 '걱정한다'
지금 일이 있지만 '언제쯤 들어간다'
'혼자 뒤집어 썼다'는 느낌이 아닌
'함께 한다'라는 예측 가능한 안정감.
그거면 된다.
혼자라는 느낌 들지 않도록.
그렇게만 해줘도 된다.
#여보_그래서_오늘_일찍_들어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