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 아나운서 육아 휴직 일기 #38]
좋은 꿈을 꿨다.
소위 말하는 '돈 들어오는 꿈'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아내가 놀란다.
자기도 같은 꿈을 꿨단다.
같은 날 같은 종류의 꿈을 꾼 것이다.
집 근처, 전국에서 당첨 확률이 4번째로 높은 '명당'에서 복권을 샀다.
매일 지나다니면서도 단 한 번도 살 생각을 안 해봤던 곳이었다.
우리 부부는 '일확천금'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다.
복권은 고사하고, 주식이나 펀드도 하지 않고 오로지 저축.
주식이나 투자에 신경 쓸 시간에
미래를 위한 준비나 공부를 하자는 주의.
버는 만큼 쓰고 남는 만큼 저축하는 스타일.
카드도 쓰지 않아서 체크카드나 현금으로 쓰고 남으면 또 저축.
다행히 그런 스타일 덕분에
큰돈은 아니어도 차곡차곡 모아서 집도 마련했고.
그런 스타일의 우리 부부가 복권을 샀다.
엄청난 '사건'이었다.
꿈 얘기는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하니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복권 명당' 앞에서 우리끼리 기념사진을 찍었다.
1주일 남짓의 시간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했고,
아내는 일단 저축을 하자고 했다.
일단 현재로는 우리에게 딱 맞는 공간인 집이 있으니
큰 욕심부리지 말고 저축하자는 의견.
사실 내가 공부를 하고 싶어 한 것도 미래를 위한 일종의 투자인 셈이니
복권에 당첨돼도 쓰고자 하는 방향은 비슷했다.
지금과 다르지 않은 삶이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복권에 당첨된 후 오히려 불행해진 분들의 경우를 봐서
우리는 계속 겸손하자고 다짐했다.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면 의심할 수 있으니 일도 계속하는 거로.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토요일. 두근거렸다. 이게 뭐라고.
결과는. 숫자 3개 맞아서 5000원 당첨. 본전이다.
보통 5000원 맞으면 복권으로 다시 받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냥 돈으로 받기로 했다.
그냥. 상상하고 행복했으면 그걸로 된 거니까.
노력 없는 행운은 이걸로 충분하니까.
생각해보면 우리 부부에게는 딱 그만큼의 행운이 좋은 것 같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행운.
감당 못 할 큰 행운이 갑자기 찾아오면
지금의 이 행복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불확실함에 대한 보상으로 오는 수 십억의 행운보다는
지금 당장 확실한 행복이 내게는 더 중요하다.
미래를 담보로 현재에 충실하지 못한 것은 무의미하다.
큰 욕심부리지 않고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노력하면서
적어도 그만큼의 대우와 보상이 보장되는 삶.
중간중간 빈틈이 있어서 미래를 준비하고,
가족의 생각과 미소를 나눌 수 있는 삶.
소소하고 은은하지만, 항상 빛날 수 있는 삶.
'윤슬'이란 단어처럼 그렇게 우리의 오늘도 빛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 '좋은 꿈'이 가져다준 건
당첨금이 아닌
지금 이 생각에 대한 '확신'인 것 같다.
지금 이 행복에 대한 확신.
생각해보면 우리 부부에게는 딱 그만큼의 행운이 좋은 것 같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행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