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할 수 없는,나만의 이야기

[김한별 아나운서 육아 휴직 일기 #55]

by 스타킴 starkim

“10년 넘게 방송을 했는데.. 과연 내 것은 뭐지?”

육아휴직을 하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바라본 방송.
이미 방송의 흐름은 예전의 그것이 아니었고,
시청자도 예전처럼 방송을 보지 않았다.
TV 앞에 앉아 방송 시작 시간을 기다리지 않을뿐더러
이제는 TV를 TV로 보지 않은 시청자.
다른 시청자보다 방송이 만들어지는 환경을 더 알고 있는
나부터도 정작 방송국이 기대하는 시청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방송은 시청자가 변하는 만큼 변하고 있는가?
아이를 업고 재우는 동안
소리가 들리지 않게 수많은 방송을 모니터 하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내용들이었다.
(물론 그때도 TV로 보지 않았다.)

매체가 변하고,
미디어 환경이 변하고,
시청자가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도 살아남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가치를 더 빛내고 있는 사람들.
‘나만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방송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이제는 방송에서 진행을 한다.
예전 아나운서들의 영역은
‘나만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채워가고 있었다.
진행 기술이야 ‘배우면’ 되지만
나만의 이야기는 ‘쌓아야’만 되는 것이었다.
갈고닦고 노력해야 하는 무기.
시청자는 ‘나만의 이야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럼 나만의 이야기는 뭐지?’
10년 넘게 방송을 하고,
아나운서 관련 책도 3권을 쓰고,
대학교에서 강의도 했지만
과연 그게 내 이야기인지는 의문이었다.
오히려 ‘김한별’이 아닌 ‘아나운서’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나에게 KBS나 아나운서를 빼면
오히려 ‘나만의 이야기’는 없었다.
아니, 없는 게 아니라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나운서를 잠시 내려놓고
‘윤슬이 아빠’가 되니 오히려 그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나만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10년 넘게 방송을 했는데.. 과연 내 것은 뭐지?



언제까지 아나운서로 살 수는 없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사랑하지만
내게 아나운서는 직업일 뿐,
아나운서가 아닌 시간의 내 삶도 소중하고 의미 있었다.
그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아나운서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이야기.
지금 이 순간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
먼 훗날 지금은 추억할 때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이야기.
블로그와 브런치, 네이버 포스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조금은 형식을 바꿔서.
물론 동영상 시대를 대비해
유튜브에 V-log나 영상을 올리는 것도
고민 중이고 또 준비 중이다.
일단은 가장 익숙한 글쓰기로 시작하기로 했다.
누가 뭐래도 나는 아직까지 텍스트에 익숙한 세대니까.
시작은 일단 글쓰기.
뭐라도 꾸준히,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했다.

그런 콘텐츠들이 쌓이고,
누군가의 반응을 얻고
그들과 소통하며 수정과 업그레이드 과정을 그치다 보니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그 결과물이 바로 에세이 ‘라테파파’다.
어떤 노하우나 비법을 쓴 책은 아니다.
내가 무슨 육아의 신도 아니고
그런 글은 아직 쓸 자신도 없다.
그저, 담담하고 솔직하게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음으로 썼다.
내가 방송에서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귀를 기울였던 그 마음으로.

아주 희미하게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만들고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법들.
세상에는 참 많은 이야기 꾼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로 세상이 가득 채워져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이야기 꾼이 되는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주 희미하게나마.
때로는 글로 사진으로 그림으로 노래로 영상으로
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일.
앞으로 내가 계속하고 싶은 일이다.

덧.
그런 의미에서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유리한 점이 많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 꾼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직접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제 이 방법들을 ‘내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내 몫이지만 말이다.
일단, 뭐라도 만들어야 한다.


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일.
앞으로 내가 계속하고 싶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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