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여정 day10 - 브랜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뭐가 있나 생각해 본다. 리복, 리바이스, 나이키, 애플, 워터맨, 파커, 플래티넘, 아레나, 아식스 등 수많은 브랜드들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중 제1은 역시 애플인 것 같다.
애플 제품은 대학에 가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전산실에 디자인 전공자들을 위한 맥이 세팅된 곳이 이었고, 윈도우만 계속 써보던 나는 신기함에 이것저것 만져보던 기억이 난다. 모니터 디자인도 독특하고(불투명 초록색 crt모니터였다..), 마우스도 UI도 매우 독특해서, 이런 컴퓨터도 있구나 했던 것 같다.
동아리에 디자인 전공하는 언니에게 물어보니, 디자인 관련 프로그램들은 맥 기반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진 것들이 많아서, 시각 디자인 쪽은 거의 다 맥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다. 영상 다루는 분들도 맥 전용 프로그램이 좋다고 하셨고, 친구가 출판 관련 교육을 들을 때, 맥용 프로그램이 있어서 맥을 구매하는 걸 보기도 했던 기억도 난다. 그때도 꽤 고가였는데, 뭔가 특수한(?) 용도 컴퓨터인가 하고 말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스티브잡스와 애플에 관한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무슨 해적 어쩌고 하는 책이었는데,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IT업계가 이렇게 일하는 곳이면, 나도 할 수 있다면 언젠가 저렇게 재미(?) 있게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카드사 포인트가 꽤 모여서 뭐 사지 하고 살펴보다가, 아이팟이 선택 제품이 있는 것을 보고, 며칠을 고민하다가 제품을 골라서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꽤 고가였고, 취업 준비 중이던 시절이라, 현금화와 제품구매 중에 꽤 고민을 했었는데, 애플 제품이 궁금하기도 하니 한 번 사봐야겠다 싶었다. 받고 나니 새하얀 바디에 버튼만 깔끔하게 있는 디자인이 너무 예뻤고, 사용법도 너무 간단하고 편리해서, 와.. IT기기가 이렇게 깔끔하고 이쁠 수가 있는 거구나 하며, 아껴 까며 꽤 오랫동안 사용하였다.
그 이후 해외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아이폰이 그렇게 좋다며 다들 자랑을 하고, 사진을 보니까 너무 이쁘고, 기능도 멋지고,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몇 년간(?) 했었는데, 한국에도 드디어 아이폰이 풀려서, 치열한 예약 경쟁(?)을 뚫고 첫 아이폰4를 받아서 사용하던 기억이 난다.
아이팟 터치를 사용하는 친구들의 가이드를 받아가며 핸드폰을 써보니, 기존 피쳐폰에 비해 사용성도 너무 편리하고, 무엇보다 좋은 건 눈에 너무 편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기존 핸드폰들은 좀 쨍한 느낌이 있었는데, 화면 자체가 너무 편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핸드폰 가지고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다.
그렇게 폰에 빠져 있으니, 사람들이 에어 신형이 나왔으니 에어 신형도 사보라 그래서 맥북 에어도 사고, 업무에 아이패드가 필요해서 아이패드도 사고, 신형 아이폰 나오면 또 바꾸고, 운동하기 좋다고 하니 워치도 사고, 에어 쓰다 보니 또 서브용으로는 좀 더 스펙 좋은 아이가 필요하겠다 싶어 프로도 한대 더 들이고, 회사에서 쓰던 맥북도 구매하고 하다 보니, 어느덧 흔한 맥덕.. 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가 죽고 나서는 나도 정말 슬펐고, 그가 제품을 통해 나에게 전해준 영감과 여러 스토리에 감사하는 마음이 지금도 종종 든다. 스탠퍼드 축사는 힘들 때 정말 여러 번 돌려보는 강연이었고, 다른 영상들도 한 번씩 보면서 창의적으로 일하는 것은 저런 것일까 하는 영감도 받고는 했던 것 같다.
애플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놓기 어려워 아는 사람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자리가 있나 알아보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봐야지 하고 지원도 했었지만, 내 인연이 아닌지 애플에서 일해볼 기회는 쉽게 얻을 수 없었다.
일해본 사람들 말로는 애플도 결국 회사라며, 별 다를 바 없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내 신앙과 같던 애플에서 일하면 힘들어도 좀 덜(?) 화나고, 신앙심(?)으로 회사 생활도 좀 더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잡스 형님이 안 계신 애플이 애플인가 싶기도 하지만, 지금도 새로운 애플 제품을 사고 패키징을 뜯어보고, 사용해 볼 때마다, 그 디테일과 섬세함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문득 나도 이렇게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었던 적이 있나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