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여정 day9 - 취향
나의 가장 오래된 취향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가장 유구한 역사를 가진 건 귀여운 것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어릴 때부터 털 달린 동물들을 엄청 좋아했고, 특히 코가 길고 귀가 뾰족한 늑대, 여우 등의 동물을 엄청 좋아했던 것 같다. 동물을 집에서 키우고 싶어서 부모님께 여러 번 이야기해 봤지만, 너는 키울 수 없다. 털 날린다 등의 이유로 키울 수가 없었고, 동물을 키우는 친구가 있으면 그렇게 그 집에 놀러 가고는 했던 것 같다.
어릴 때, 할머니 댁에도 강아지들이 있었는데, 부산에 있던 강아지랑 친해지고 싶어서 가까이 갔다가 뒤꿈치를 꽤 크게 물리기도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강아지를 엄청 혼내셨고, 다음 해에 할머니 댁에 갔을 때는 그 강아지가 없어져서 좀 슬퍼하기도 했던 것 같다. 물려도 난 그 강아지를 엄청 좋아했던 것 같다. 가끔 동물만 봐도 무서워서 도망가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게 참 신기하기도 했던 것 같다.
이런 나의 동물 사랑은 고3 수능을 보고, 아빠가 친한 친구분께 시츄 한 마리를 얻어 주셔서, 드디어 나에게도 내 동물이 생겼다는 기쁨을 누리던 기억이 난다. 이름을 뭐를 해줄까 몇 번을 고민하다가, 나루라는 이름이 좋겠다 싶어, 나루라고 불러야지 했는데, 강아지를 집에 데리고 오니, 엄마가 이 아이가 무슨 나루냐며, 이 아이는 짱돌이라고 하셔서 그날부터 그 아이는 짱돌이가 되었다.
짱돌이는 먹는 거 좋아하고, 산책 좋아하고, 낮잠 좋아하는 순한 아이였고, 깔끔한 어머니의 정책 하에 매번 산책 후 씻기는 게 힘들기는 했지만, 온 가족이 나름 귀여워하며 잘 키웠던 것 같다. 대학을 다른 지역에 가게 되면서 방학에만 만나다가, 엄마가 도저히 집에서 못 키우겠다고 하셔서 이모댁에 보내지게 되긴 했지만, 잠깐이나마 짱돌이와 보내던 시간은 매우 즐거웠었다ㅠㅠ
그 이후로도 친구네 고양이들 덕질을 오랫동안 하다가, 나도 나름 경제력(?)이 생겼으니 동물을 한 번 키워봐야겠다 싶어 고양이를 들였었다. 오랜 양말 고양이 덕후라, 고심하여 첫째 무진이를 데리고 왔고,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팍팍한 세상 내 정신적 지주가 되어 나를 여러 번 지켜주던 기억도 난다. 두 번째 고양이는 잦은 야근으로 첫째가 너무 외로워해서..(누가 고양이 외로움 안 탄다 그랬나..) 데리고 왔는데, 7번 정도 파양당한 고양이라 그래서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첫눈에 반해서 이 아이를 꼭 데리고 와야겠다 싶었고, 여러 고난(?)을 거쳐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나름 조금(?) 적응해서 지내고 있다.
동물을 키워보니 매 끼니 챙겨주고, 놀아주고, 물갈아 주고, 화장실 치우고, 돌봐주고, 아프면 병원 가고, 나이 드니 어디 오래 자리 비우기도 힘들고, 불편한 점들도 많지만, 이 아이들이 있어 내 정신건강이 엄청 향상되기도 했고, 일상 속의 행복이 늘어난 만큼, 동물을 좋아하는 내 성향에 대해 크게(?) 후회해 본 적은 없다.
나보다 더 빠르게 나이 들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매우 속상하기도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가능하다면 조금 더 신경 써서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야겠다 싶다. 동물을 좋아하기를 참 잘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