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여정 day8 - 아침
내가 아침을 기다려 본 적이 있나, 곰곰이 생각해 본다. 노는 거 좋아하고 늘어져있기 좋아하는 나에게 아침은 그다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적은 없다.
가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맡거나, 뭔가 열정과 에너지를 쏟고 싶은 날이면, 아쉬운 마음을 두고, 다음날 힘차게 움직이기 위해 늦게라도, 조금이라도 자야지.. 했던 기억들은 난다.
우리 고양이들은 보통 새벽 5시경이면 일어나 있는데, 어릴 때는 우다다를 해서 내 배 위를 뛰어다니며 나를 깨울 때도 많았고, 밤새 밥을 주고 자도 또 달라고 나를 깨울 때도 많았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깨고 나서 혼자 고요히 앉아 있거나 같이 딩굴거릴 뿐, 에너지가 넘치게 다니지는 않는다. 어떤 때는 내 옆에 잘 때도 있고, 발에 꼬옥 붙어 있을 때도 있고, 머리맡에서 일찌감치 일광욕을 하고 있을 때도 있고..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은 우리 고양이들이 어디 있나 찾아보는 것, 소소한 재미라면 재미이겠다.
외곽으로 이사 오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아침마다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거다. 타이밍이 좋으면 산 사이로 해가 나와 너른 땅을 비추고 있는 걸 볼 수도 있고, 어떤 때는 구름 사이에서 붉게 물들어 있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이미 해가 중천이라, 맑은 하늘을 볼 때도 있고, 흐려서 어둑어둑할 때도 있다.
해가 맑은 날이면 고양이들도 양껏 광합성을 하며 편안함 게이지를 채워 나가고, 흐린 날에는 잔뜩 예민해진다. 밥도 주고, 물도 갈아주고, 화장실도 치워주고, 만져주고, 간식도 주고, 놀아주고 다 해도 뭔가 잔뜩 짜증을 내며 에옹에옹 울어댄다. 관찰하다 보니, 흐린 날, 애들이 더 예민해하는 것 같기는 하다.
오전 10시 이전에 산책을 하면, 그날의 광합성과 운동을 한 번에 해서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던데, 고양이의 행복은 아침 햇살의 따스함 유무가 아닐까 싶다.
봄과 여름에는 햇살이 좋아, 첫째 고양이가 좋아하는 귀리 농사를 열심히 짓는데, 귀리 농사 철이면 첫째도 언능 풀을 내어 놓으라고 울어데서, 풀이 얼마나 자랐나 스릴 있게(?) 관찰하는 재미도 있다. 흙에다 심고 물 주고, 햇빛만 보여줬을 뿐인데, 어쩜 그렇게 쑥쑥 자라는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잘 자라는 걸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든다.
요즘은 가능한 매일 감사일기를 쓰려고 하는데, 너무 바쁘지 않은 날에는 오전 시간에 감사일기를 쓰고 플랫폼에 업로드를 하고는 한다. 글을 올리고 나서 오늘은 어떤 댓글이 달렸나 구경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이기도 하다.
적다 보니 나의 아침, 꽤 괜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