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여정 day 7 - 밤
허리도 뻐근하고, 머리도 멍해질 때 즈음이면, 노트북을 닫고 밖으로 나선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늘 다니던 산책로를 향해 간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자마자 짙푸른 구름이 나를 반긴다. 가을밤의 선선한 공기가 얼굴을 휘감는 게 느껴진다. 아파트 1층을 나서면, 아파트 사이사이로 남색빛 하늘이 보인다. 워치에 걷기를 켜고,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켜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
아파트 뒤편을 돌아나가 조금 더 어두운 하늘을 보면, 운이 좋은 날에는 초저녁부터 별구경을 할 수 있다. 가을-겨울 즈음에 보이는 북두칠성도 볼 수 있고, 시간이 맞으면 카시오페아도 볼 수 있다. 5분여를 걸어 산책로에 들어가면, 하나둘 걷거나 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도 그 대열에 슬그머니 합류하여 나의 속도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음악소리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듣다 보면 한강이 나온다. 철새들이 모여서 자고 있을 때도 있고, 건너편 카페의 불빛에 눈이 부실 때도 있다. 숲 속길에 접어들면 벌레소리가 좀 더 다양하고 선명하게 들리고, 촉촉하고도 편안한 공기에 내 마음도 차분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어둑어둑한 숲길을 돌아 다시 강변 산책로로 나와 탁 트인 하늘을 보며 걷는다. 구름이 보일 때도 있고, 그저 맑을 때도 있고, 달이 휘영청 떠있을 때도 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이 우주에는 1000억 개의 은하가 있고, 1000억 개의 별이 있다는데, 그 와중 하나의 별에 한 구석에서 걷고 있는 나는 그저 작은 미물일 뿐이구나,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한다고 그렇게 화내고 일희일비하고 오고 가며 나 스스로를 괴롭혔을까 하고, 내 마음을 그제야 돌아보게 된다.
낮에 빛나던 것들, 괴로운 것들도 다 품어주는 밤 속에 내 마음도 나도 포옥 안겨서 길을 걸어간다. 밤이 되면, 나도 우주 속 하나의 별임을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