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 책

작가의 여정 day5 - 책

나름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이 있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하는 책은 사실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인생이 우울하고 힘들 때, 더 물러나거나 가라앉지 않게 도와준 책들이 있어 생각나는 책들을 하나 둘 적어보기로 했다.

신경숙 님의 외딴방은 대학교 과제를 위해서 읽었었는데, 처음으로 읽은 소설가의 자서전과 같은 글이라 그런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고, 매우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계속 돈을 벌기 위해, 모두가 등을 돌려도 사측에서 공장을 다녀야 했던 장면과, 먹을게 너무 없어서 길가의 시든 배추를 된장에 넣어야 할까 말까를 한참 고민하던 장면이 아직도 떠오른다. 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고, 가난 속에서 사람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간접 체험할 수 있던 글이었다.

그다음으로 떠오른 책은 양귀자 선생님의 모순이다. 양귀자 선생님의 책은 앞서 나온 원미동 사람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까지 모두 재미있게 봐서, 모순도 나오자마자 바로 챙겨서 보던 기억이 난다. 상반되는 두 이야기 속의 충격적 결말까지, 나중에 두 번 세 번 다시 볼 때, 조금씩 시선이 바뀌기는 했지만, 척박함과 부유함이 어떻게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고, 중간중간 나오는 멋진 문구들도 내 마음을 울렸던 것 같다.

세 번째로 떠오른 책은 박경리 선생님의 김약국의 딸들이다. 이 책은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다시 읽었던 책인데, 웬만한 책은 다시 읽지 않는 편이라, 어떤 매력에 끌려 그렇게 다시 보게 되었는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대사에 빠져들어 마치 영화를 보듯 책에 끌려들어 가 읽었던 것 같다. 처절한 주인공들의 스토리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던 것일까, 이렇게 힘든 인생들도 있다, 너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하고 위로를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네 번째로 떠오른 작가는 장자끄 쌍페님의 여러 그림책들이다. 꼬마 니꼴라,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보며 너무 귀엽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었고, 뉴요커의 수많은 표지를 보면서 상업 디자인도 이렇게 아름답고 의미가 있을 수 있구나 싶어, 상업 미술에 대한 시각을 다시 정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파리/뉴욕 스케치 등 여러 일러스트 작품에서도 봄에 색색이 꽃이 흐드러지게 펴져 있는 듯한 일러스트를 보며, 심심한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다섯 번째로 떠오른 작가는 파크리트 쥐스킨트인데, 사실 그 일러스트를 상페 선생님이 그리셔서 더 좋기도 했고, 짧지만 묵직하게 마음을 치는 스토리들이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콘트라베이스를 참 좋아했었는데, 쓰다 보니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어 졌다.

여섯 번째로 떠오른 작가는 파울로 코엘료다. 연금술사를 보며, 성인을 위한 동화가 이런 것인가 싶었고, 순례자를 읽으면서 나도 산티아고 길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피에트라 강가에 앉아 나는 울었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악마와 미스프랭도 모두 재미있게 읽었었고, 그 이후에 나오는 작품들도 꾸준히 챙겨 봤었는데, 초창기에 재미있게 본 책들이 나와 좀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이 것 저것 써내려 가다 보니,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책이 떠올랐는데, 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를 보며 은은한 위로를 받던 기억이 났다. 글쓰기에 대한 그의 각오와 자전적인 이야기를 보며, 글로 먹고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나의 모습도 겹치며 떠올랐었고, 이 정도 각오(?)와 의지가 있어야 글로 먹고살 수 있는 걸까를 진지하게 고찰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에게 좀 더 재능이 있었다면, 지지와 각오가 있었다면, 나도 저렇게 글쓰기를 받아들이고 살 수 있었을까란 생각을 하던 기억이 난다.. 적다 보니 나는 자전적 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이렇게 살았다. 너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 지점들이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