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여정 day4 - 달리기
타고난 누워있기 전문가인 나에게 달리기는 대문자 I와 E의 만남과 같달까, 흥미도 관심도 없는 영역이었고, 올림픽에서 마라톤이나 육상 중계를 해주면, 오 그렇구나(?) 하고 어떤 감정도 대입하지 않고, 진짜 그냥 보기만 하는 분야였던 것 같다.
이런 나에게 달리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준 것은 하루키의 달리기에 관한 책이었다. 작년 재작년 즈음부터인가 인스타와 여러 SNS에 달리기 관련 글이나 영상이 부쩍 많이 올라와서, 달리기 붐이 부나?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다들 하루키 책이 너무 좋다며 그렇게 인증을 올리는 것이었다.
나는 하루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노르웨이 숲도 몇 번을 펼쳤다 덮다가, 꿈나라에 가기도 했고, 다른 여러 베스트셀러도 시도는 해봤었지만, 그의 소설 세계는 나와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에세이를 쓰는 하루키라니 좀 신선(?) 하기도 했고, 다들 저렇게 추천하니 한 번 읽어 볼까 하고 책을 펼쳤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인간 하루키는 엄청 루틴 한 사람이었고, 달리기와 글쓰기, 고양이와 맥주를 사랑하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오, 무언가를 꾸준히 해내기 위해서는 역시 체력인가? 싶었고, 소설과 달리기가 닮았다고? 어떤 게 닮은 거지? 하고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저 책을 읽을 즈음 복싱과 드럼을 새로운 취미로 시작했었는데, 드럼 선생님도 아침저녁으로 달리기를 하실 정도로 달리기 마니아셨고, 복싱도 근간은 체력인지라, 늘 러닝으로 시작을 해서 달리기가 조금씩 내 삶에 스며들기 시작했던 것 같기도 하다.
드럼을 배우던 초반, 꾸준하고 깔끔한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근력과 지구력이 필요하다 싶어, 복싱 시간에만 하던 달리기를 따로 조금씩 해보기 시작했고, 달리기 크루도 몇 군데 알아보고 가입도 했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다고 하니 다들 런데이 앱으로 시작하면 좋다 그래서 무작정 시키는 대로 해보기 시작했다.
런데이 성우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매일 조금씩 달리기를 해보기 시작했고, 조금씩 속도도 붙고, 성과도 나는 걸 보면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랫동안 달리기를 하지 않았던 나에게 과욕이었던 것일까.. 무릎 통증이 조금씩 있는 걸 참으며 했었는데, 마지막 30일 완성을 하고, 장렬하게 부상자가 되어 정형외과 신세를 지게 되었다. 연골이 많이 눌려있어서 관절염 초기로 보인다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고, 그때는 걸을 때도 너무 아프기도 해서, 눈물의 치료를 시작했던 것 같다.
나에게 부상을 안겨준 달리기가 밉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재미를 붙이던 취미라 놓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 달리기를 잘하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 하나 둘 찾아보기 시작했다. 준비운동, 보강운동도 조금씩 해보고, 마인드풀러닝을 만나면서 코로 호흡할 수 있는 정도의 러닝, 내 몸의 속도에 맞는 러닝을 조금씩 시작해 보았던 것 같다.
무릎이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했었는데, 기초반을 반 즈음 들었을 때, 또다시 무릎 통증이 찾아왔고, 다시 또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치료받으면 조금 나아지는 것 같기는 했지만, 이렇게 평생 병원을 다닐 수는 없겠다 싶어, 감량도 조금씩 시작했고, 무릎 통증에 좋다는 약도 먹고, 보강운동도 꾸준히 했다. 통증을 관찰하며 다시 운동에 복귀하기 위해 몇 개월을 노력했었다.
그러다 황영조 선생님의 유튜브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걷듯이 뛰면서 꾸준히 하다 보면 거리가 늘어난다,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내 몸에 맞게 운동을 시작해라 라는 말씀에 아, 이거구나 싶어, 요즘은 다 내려놓고 걷는 속도에 맞춰 서서히 달리기를 하고 있다.
매일 달리기가 무릎에 좋지 않다고 하여, 4일에 한 번씩 뛰고, 중간중간에는 보강운동도 하고 걷기도 하고, 수영도 조금씩 하고 있다. 정형외과 선생님께서는 헬스를 같이 하는 것도 좋다고 하셨는데, 아직 헬스를 시작할 인내심(?)은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아 살짝 미뤄두고 있다.
다사다난한 여러 과정을 거쳐 10개월 차를 맞이한 러너로 거듭났고, 쇼핑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운동화 세일 한다고 하면 득달.. 같이 달려가서 애용하는 운동화도 색깔.. 별로 구매하기 시작했고, 내가 들으려고 러닝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흥해서 조회수가 올라가는 걸 보며 뿌듯해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건강해지는 몸과 마음에 감사한 마음도 든다.
체력이 좋아하니 확실히 일하면서도 짜증을 덜 내게 되고, 관대함(?)도 좀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아직 속도에 대한 미련.. 을 놓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마라톤도 나가보고, 전 세계를 여행 다니며 하나 둘 대회에도 참여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