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여정 day2 - 부모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것이 무엇이 있나..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선 키와 덩치, 외모까지 나는 아빠와 거의 빼다 닮았다ㅎㅎ 중국 여행 갔을 때, 현지 한의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중국 한의사분이 가족 진맥을 해보시더니, 아빠랑 나는 체질도 완전히 똑같다고 해서, 아, 난 아빠 붕어빵(?)이구나 했던 것 같다.
아빠의 여러 재능 중에 물려(?) 받지 못해 아쉬운 것도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수학에 관한 재능이다. 아빠는 수학과를 나오셔서 과외도 오래(?) 하실 정도로 수학에 대한 이해가 정말 뛰어나신 분이었는데, 나는 도무지 수학이랑 친해질 수 없는 두뇌를 가지고 있다..ㅋㅋ 전화번호 뒷자리를 꼭 반대로 기억하고, 이상하게 수학은 그래도 좀 하는데, 산수는 왜 이리 못할까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엄마가 좀 그런 점이 있으셔서.. 수학 머리(?)는 엄마를 닮았던 것 같기도 하다.
두 번째 재능은 예술적 재능인데, 아빠는 그림도 잘 그리시고, 글씨도 잘 쓰시고, 사진도 정말 잘 찍으셨다. 제사 지낼 때, 한자 쓰기는 꼭 아빠의 몫이었고, 언젠가 할머니댁에서 이것저것 구경할 때, 아빠가 미술 관련 상도 굉장히 많이 받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젊으실 때, 찍으신 사진을 보면 미적 감각도 매우 뛰어나셨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림/사진/글씨 어느 하나에도 그렇게 큰 재능(?)은 없었다ㅠㅠ.. 엄마도 그림도 잘 그리시고, 손재주도 진짜 좋으시고, 인테리어도 정말 잘하시는데.. 나에겐 없었다 예술적 재능이!!
세 번째 재능은 사람들과 정말 잘 지내는 재능인데, 가족 여행을 가면 아빠는 현지에서 친구들도 잘 만드시고, 패키지여행을 가면 어느 순간 정신적 지주이자 대장님이 되어서 다들 따르는 분위기가 되었다. 파워 i에 집순이에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혹은 고양이와 지내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정말 신기한 재능이 아닐 수 없었다. 엄마도 파워 인싸로 지금도 여러 모임에 참여하시고, 친구도 잘 만드시는 거 보면.. 나는 좀 별종(?) 인가 싶기도 하다ㅎㅎ
그중 물려받은 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어려서부터 용돈기입장을 철저하게 쓰는 것을 교육받았었는데, 이 점은 크게 사치하지 않고, 꾸준히 돈을 잘 모으게 하는 습관이 되어, 균형 있는 소비와 경제 감각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셨던 것 같다.
어릴 때 머리끈이 필요해서 아빠에게 집에 가서 드릴 테니, 500원 잠깐 빌려 주시면 안 되냐 했었는데, 용돈 내에서 쓰라고 단칼같이 말씀하셔서, 좀 상처.. 받기도 했었는데, 그런 단호한(?) 정책 속에 독립성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또 떠오르는 건,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꼼꼼하게 해내는 점이다. MBTI 검사를 하면 오랫동안 INTP가 나왔었고, 최근에는 거의 ISFP가 나오고 있는데, I비율만 높고, 나머지는 거의 반반이라 사실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나는 왜 특색이 없을까.. 한탄하던 때도 있었는데, ENTJ인 엄마와 ESFP인 아빠 밑에 크다 보니.. I는 아직도 좀 미스터리 하긴 하지만.. 균형 있게 성향을 키워나갔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빠를 닮았으니 아마도 ESFP가 근간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요즘 인류애를 조금씩 회복하고 있으니, 언젠가 ESFP가 되는 날도 오려나?
또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 보니 떠오르는 건, 독서하는 습관을 길러 주신 것이다. 어릴 때, 엄마 손잡고 도서관까지 걸어가서 보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르고, 기간이 끝나기 전에 가져다 주기를 종종 했었고, 책 빌려주는 차가 오면 거기서 책을 빌려 보기도 하고, 엄마도 책을 엄청 좋아하셔서 나중에는 엄마가 소장하고 계시는 책을 하나 둘 읽어 나가기도 했던 것 같다.
너무 책을 많이 읽을 때는 책으로 도피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던 때도 있었지만, 그때 읽었던 수많은 책들이 내 인생의 자양분이 되었음은 물론, 하나의 큰 기둥을 만들어서 나를 지지해 주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읽고 쓰는데 부담이 없는 것을 보면, 어릴 때부터 꾸준히 가져온 독서 습관이 큰 도움이 된 것이 분명하다.
그 외에도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는 요리, 청소, 분리수거 등을 어릴 때부터 하나씩 해볼 수 있게 해 주셔서 자취하면서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었고, 여기저기 국내외로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녀서, 더 이상 여행(?)에 큰 미련이 없을 정도로, 많은 추억도 쌓게 해 주셨다.
성인이 되어 돈을 벌어보니, 척박한 이 세상에서 꾸준히 회사 가고, 돈을 모아 우리를 잘 키워주신 점, 그 성실함과 근면함 또한 물려받고 싶은데, 참 어렵다. 난 아직도 아이이고 싶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