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여정 day3 - 여행
5년을 일하고, 2주 리프레시 휴가를 받게 되어, 어디를 갈지 고민을 하다가, 휴가를 좀 더 붙여서 그 시점에 유행하던 제주살이라는 것을 해봐야겠다 싶었고, 고양이들도 있으니, 이 아이들 싣고(?) 가려면 어차피 배 탈 거, 가봐야지 가봐야지 했던 해남에도 가봐야겠다 싶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의 가장 첫 장의 강진과 해남 관련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저 황톳빛 땅을 보고 싶다, 빽빽한 자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었고, 어떤 곳이길래 그렇게 다들 유배(?)를 갔나 궁금하기도 해서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었다.
고양이 싣고, 한 달 치 짐 싣고, 서해안을 달려 목포를 지나, 겨우 해남에 도착했었다. 생각보다 밤늦게 도착해서 필요한 짐만 챙겨 일단 자고, 다음날 느지막한 시간에 새소리를 서라운드(?)로 들으며 일어났다. 참새와 까치 혹은 가끔 이름 모를 새들의 소리만 들었었지, 못해도 5종 이상의 새가 아침에 사방에서 우는데, 도저히 더 잘 수가 없었다.
해남의 한옥마을에 묵었는데, 주변이 다 논이고 밭이고 산이고, 정말 아무것도 없는 동네였다. 편의점이나 중국집을 찾으려면 몇십 분을 나아가야 하고, 배달 또한 아무것도 되지 않는 곳이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들어가기는 했었다.
해남에 도착해서 가장 큰 충격(?)은 방을 나갈 때, 문을 잠글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집주인 분께 노트북이나, 귀중품들이 있어 방 문을 잠가야 하는데, 혹시 주인집(?)에서 맡아 주실 수 있을지를 여쭤보니, 이 동네는 문 잠그는 집이 아무도 없다고.. 필요하다면 차에다 넣어두라고 하셔서, 주요 귀중품(?)들은 필요하면 꺼내고, 아니면 넣기를 여러 번 반복하고는 했었다. 그래도 몇십 가구가 살고, 관광객들도 오고 가는데, 시건장치가 없는 방이라니.. 그래도 방 안에서는 잠그고 잘 수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고양이들을 두고 잠깐 어디 갈 때면, 좀 초조..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도 한참 어릴 때는 이웃집 문이 항상 열려 있었고, 그냥 이 집 저 집 놀러 다니기도 하고, 이웃들도 가볍게(?) 지나가며 놀러 왔던 것 같다. 좀 더 나이가 들면서 열쇠를 들고 다니고, 문을 잠그기도 했던 것 같은데.. 문을 잠가야 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좀 더 삭막해졌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두 번째 충격은 다산 초당이 생각보다 엄청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이었다. 해남까지 갔으니, 그래 강진 주요(?) 관광지(?)는 돌아봐야지 하고, 야심 차게 다산초당에 갔었는데, 초당(?)이니까.. 농사(?)도 지으셨다고 했으니 당연히(?) 평지에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급경사에 수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별생각 없이 크록스에 반바지만 입고 갔는데, 물론 산은 엄청 좋았지만ㅠㅠ.. 계단을 엄청 싫어하는 나에게는 큰 고민이었다. 언제 또 강진에 올 수 있을까, 아니 굳이 계단을 올라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여기까지 왔으니 가보자(?)하고 낑낑거리고 올라가던 기억이 난다.
다산 초당은 생각보다 엄청 작았고, 여름이라 습도도 엄청 높았고, 문이 다 닫혀 있어서 볼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었다. 이런 산속 귀양지라니, 다산 선생님께서도 정말 힘드셨겠구나 싶었지만, 그래 와 봤으니 되었다 했던 것 같다. 상상과 실재는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했던 경험이었다.
세 번째 신선함은 별생각 없이 갔던 해남 대흥사가 너무너무 좋았다는 점이다. 해남에 일주일 정도 있다 보니 여기저기 가볼 곳은 다 가봤고, 대흥사를 가보라는 말이 여기저기 나와서, 가볼까 말까 하다 갔었는데, 해남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되었다.
입구에서부터 절에 들어가기까지, 평지에 여기저기 적당히 나무도 심겨 있고, 산책로도 잘 가꿔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옆에 냇물이 흐르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던 그 길이 한 번씩 종종 생각이 난다. 여러 둘레길(?)에 갔다가 등산을 했던 여러 경험들을 떠올려 보면, 내가 여기저기 다녔던 산책로, 둘레길 중 최고는 해남 대흥사라고 여기저기 늘 추천하고 다닌다.
강진과 해남에 대한 로망으로 떠난 여행은 내 시각에서 봤을 때, 책에서 본 내용과는 달라서 큰 실망감이 들기도 했지만,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는 기억에 남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인생사 겪어봐야 아는 거고,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한다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