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여정 day 11 - 커리어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 뭐 먹고살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전공은 나랑 잘 맞지 않는 것 같았고, 다들 취업설명회를 다니길래 여기저기 다녀보기도 했지만, 딱 저게 내 할 일이다 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별생각 없이 지원을 하니, 어쩌다 면접을 보게 돼도, 면접 통과가 너무 어려웠다. 김한량 님을 저희가 왜 뽑아야 하죠?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 거죠?를 집요하게 물어보셨는데, 진지한 고민 없이 자리에 갔더니, 어영부영 대답을 했고, 면접장을 나오면서도 아.. 떨어지겠구나 싶었다.
그 이후로 고시 공부를 좀 하다가, 이 길도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친구네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꼭 가고 싶었던 회사에 또다시 면접 기회를 얻기도 했지만, 최종에서 결국 탈락했다. 어쩌지.. 하고 고민하던 중 또 다른 가보고 싶었던 회사에 합격하게 되어 IT 쪽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좋아하고, 뭔가 IT 관련 일이 그나마 낫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개발 쪽 공부를 하면 도움이 된다 하여, 개발 교육과정들도 들었었는데, 와.. 정말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수료하고, 수료증이 있으니, 여러 번의 면접에 뭔가 말할 거리(?)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나를 어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비개발 직군으로 지원했었는데, 개발 교육 수료는 필수라 눈물의 합숙을 하기도 했는데, 아쉽게 몇 점 차로 떨어진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가 되어, 부끄럽게 회사를 다니기도 했다. 지금 와서 다른 회사를 갈 수도 없고, 더 물러(?) 날수도 없겠다 싶어, 여러 동기들과 선후배들의 지원에 겨우 통과(?)를 하고 회사를 다녔던 것 같다.
다행히도 좋은 사수를 만나 일하는 방법도 잘 배우고, 혼나기도 하면서 꾸역꾸역 야근하고 주말에도 나오며, 일이 조금씩 늘게 되었고, 3년쯤 지나니 이제 내 일이 어떤 건지 좀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름 탄탄한 회사여서 앞으로 10년-20년 정도는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계속 그 회사에 다니고 싶은지 확신도 들지 않았고, 업무도 전혀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먹고살아야 하니까..라는 생각에 꾸역꾸역 버티며 회사를 다녔던 것 같다.
업무를 키우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사수/선배님들과 함께 일하며 배우는 것이었다. 그게 어렵다면, 관련 자료를 얻어서 공부하고, 보고 자리에 참여하며, 일이 되게 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다.
외부 콘퍼런스와 교육도 많이 들으러 다녔고, 업계 모임도 찾아다니며, 업무 실력 향상을 위해 4-5년 정도는 꾸준히 노력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커리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다(?)는 딱히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계속 같은 업무의 반복이었던 것 같고, 이직하고 팀을 옮겨가며 분야가 바뀌기는 했지만, 업의 본질 자체는 바뀌지 않은 채로 10여 년을 더 일했다.
이 글을 적다 보니, 왜 이리 요즘 일이 하기 싫고, 방향성도 없는 것 같고, 막막한 기분이 드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주어진 일을 그저 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러왔구나 싶다.
그래도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하며 쌓아온 경험이 그나마 나의 자산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