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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지 Sep 19. 2021

그래서 지금을 비추는 SF 판타지 영화들

 영화 큐레이션하지 - 일곱 번째 영화들

스포일러 없는 김하지만의 특별한 영화 큐레이션, 그 일곱 번째 영화들.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밝힌 바 있지만, 나는 판타지를 좋아한다. 판타지라면 종류와 농도를 가리지 않고 즐겨보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SF는 판타지의 농도가 진~한 찐 판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SF'는 Science Fiction의 약자로, 과학적 사실이나 가설을 바탕으로 상상 가능한 세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예술장르 중 하나이다.

 과학이라는 소재가 기반에 깔려 있다 보니, 미래나 과거 혹은 아예 새로운 기술이나 생명체가 등장해 영화를 보는 내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미래 혹은 상상을 그리고 있지만 결국은 현재를 바라보게 하는, 그래서 지금을 비추는 영화가  SF 판타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꼽아본 아래 SF 판타지 영화들은 나의 지금과 미래에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영화들이다.





 첫 번째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

메인 예고편 (02:24) https://youtu.be/FiCyZUt3uz0

2045년, 암울한 현실과 달리 가상현실 오아시스(OASIS)에서는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하다.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 역시 유일한 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를 보내는 오아시스에 접속하는 것이다. 어느 날 오아시스의 창시자인 괴짜 천재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는 자신이 가상현실 속에 숨겨둔 3개의 미션에서 우승하는 사람에게 오아시스의 소유권과 막대한 유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그가 사랑했던 80년대 대중문화 속에 힌트가 있음을 알린다. 제임스 할리데이를 선망했던 소년 ‘웨이드 와츠’가 첫 번째 수수께끼를 푸는 데 성공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현실에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IOI’라는 거대 기업이 뛰어든다. 모두의 꿈과 희망이 되는 오아시스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 그리고 우승을 위해서는 가상현실이 아닌 현실세계의 우정과 사랑의 힘이 필요하기만 한데…

 요새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여기저기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가리킨다고 시사상식 사전에 기재되어 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이 바로 그 메타버스를 주 소재로 다룬 진보적인 영화이다. 이 영화는 204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온 기술 발전 덕분에 이러한 세계가 더욱 빨리 오지 않을까 싶다.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비전과 상상력 그리고 유연함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그냥 예고편을 한 번 봐라. 진짜. 그냥 보고 싶게 만드는 신기한 재주가 있다.





 두 번째 영화,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프리퀀시>

메인 예고편 (02:25 한글자막 없음) https://www.imdb.com/video/vi3265790233?playlistId=tt0186151

존 설리반(제임스 카비젤 분)은 1969년 10월 12일의 브룩스톤 화재로 소방대원이었던 아버지를 잃고, 90년대를 살아가는 외로움에 찌든 경찰이다. 아버지 기일의 하루 전, 폭풍이 몰아치는 날에 존은 아버지가 쓰던 낡은 햄 라디오를 발견하고 이를 튼다. 순간적으로 전기가 통한 후 그는 69년도 월드 시리즈를 기다리는 한 소방대원과 무선 통신을 하게 되는데, 그는 바로 자신의 아버지 프랭크(데니스 퀘이드)이다. 이 30년의 시간을 건너뛴 부자간의 대화에 존도, 그의 젊은 아버지도 처음에는 모두 믿을 수 없어 하지만, 이내 존은 밤을 새워가며 최초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자신이 아버지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음을 깨달은 존은 아버지에게 프룩스톤 화재사건을 경고함으로써 아버지를 구하게 된다. 1999년 10월 12일, 존은 이제 자신의 벽에 걸린 아버지의 사진이 중년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음을 발견한다. 존은 과거를 바꿈에 따라 자신이 가지게 된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기억에 들떠지만 그가 간과한 사실은 잊고 있었다. 즉 다른 일들도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의 아버지가 살아남에 따라 야기된 미묘한 변화는 바로 미해결의 연쇄살인을 야기하는데, 희생자 중에는 잔인하게 살해당한 존의 엄마도 있다. 이제 아버지 프랭크와 존은 3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무선통신을 계속하면서 살인을 막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 와중에 프랭크는 자신의 세계에서 점점 변해가고, 존은 새로운 진실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눈에 익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워낙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자주 틀어주는 영화 중 하나이니까.

 나 역시도 그렇게 <프리퀀시>를 접했고 이윽고 매료돼서 다시 찾아서 보게 됐다.


 <프리퀀시>는 자막 없는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히 구미를 자극하는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돌아가신 과거의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고, 과거의 나와 인사를 주고받고, 또 과거가 바뀌고 그래서 현재가 바뀌는 그런 상황들이 정말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프리퀀시>는 하나하나의 에피소드와 그 이음새 너무도 잘 다듬어진 영화이다.

 옛 영상의 지저분함을 못 견디는 나 같은 사람도 스토리에 충분히 매료될 만한 훌륭한 영화이다.





 세 번째 영화,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퍼시픽 림>(2013)

메인 예고편 (02:25) https://youtu.be/yNQE9Gm54EQ

2025년, 일본 태평양 연안의 심해에 커다란 균열이 일어난다.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이곳은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포탈이었고 여기서 엄청난 크기의 외계 괴물 ‘카이주(Kaiju)가 나타난다. 일본 전역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호주 등 지구 곳곳을 파괴하며 초토화시키는 카이주의 공격에 전 세계가 혼돈에 빠진다. 전 지구적인 비상사태 돌입에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인류 최대의 위기에 맞서기 위한 지구연합군인 ‘범태평양연합 방어군’을 결성, 각국을 대표하는 메가톤급 초대형 로봇 ‘예거(Jaeger)’를 창조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슈퍼 파워, 뇌파를 통해 파일럿의 동작을 인식하는 신개념 조종 시스템을 장착한 예거 로봇과 이를 조종하는 최정예 파일럿들이 괴물들에게 반격을 시작하면서 사상 초유의 대결이 펼쳐진다. 상상의 끝은 없다! 얼마든지 기대하라!

 나는 <퍼시픽 림>하면  '마코 모리 테스트'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이 테스트는 '벡델 테스트'와 함께 영화 내에서 성평등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 고안된 테스트로, '마코 모리'는 <퍼시픽 림>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이다.

 일본 배우 '키쿠치 린코'가 연기한 '마코 모리'라는 캐릭터는, 일본에서 태어나 어릴 적 우주에서 온 괴수의 습격으로 부모를 잃고, 범태평양 방위군 소속 군인이 되어 초대형 로봇의 조종사로서 괴수를 무찌르는 인물이다.


 '마코 모리 테스트'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설명을 더 추가하자면, 이 테스트를 통과하려면 아래 세 가지 기준을 통과하면 된다.

▷ 적어도 한 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할 것
▷ 해당 캐릭터에게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
▷ 그 이야기가 남성 캐릭터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


 <퍼시픽 림>는 마코 모리 같은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더불어 내가 <라이프 오브 파이>와 함께 영화관에서 4DX로 보면 정말 재밌겠다 생각했던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굉장히 미래적인 상상력과 역동적인 상황 연출 그리고 1인칭 시점 등 영화에 이입할 만한 요소가 아주 많은 영화이니, 로봇으로 괴수와 싸운다는 소재에 거부감이 있는 관객이라면 눈 딱 감고 시도해 보길 바란다.

 편견을 깬 도전 끝에는 언제나 새로운 것들이 보이고 들리니까.


 



 네 번째 영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

메인 예고편 (02:01) https://youtu.be/IrKGlV9jA14

12개의 외계 비행 물체(쉘)가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 상공에 등장했다. 웨버 대령(포레스트 휘태커)은 언어학 전문가 루이스 뱅크스 박사(에이미 아담스)와 과학자 이안 도넬리(제레미 레너)를 통해 외계 비행 물체(쉘) 접촉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18시간마다 아래쪽에서 문이 열리는 외계 비행 물체(쉘) 내부로 진입해 정체 모를 생명체와 마주하게 되고, 이들은 15시간 내 그들이 지구에 온 이유를 밝혀내야 하는데...

  <컨택트>의 영어 제목은 <Arrival>이다. 도착.

 세계 상공에 정체불명의 외계 비행물체가 '도착'했다. 그 전제는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데, 신선한 것은 바로 이 영화의 접근방식이다.


 이 영화 속 외계 생명체는 외계'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컨택트>에서는 외계 생명체의 외형보다 그들과의 소통에 더 집중했다. 나와는 다른 생명체와의 소통, 대화.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주 흥미로운 접근이었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면서 내가 항상 느끼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 것은 문화를 배우는 것이고, 또 다른 세계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지금 온 세상이 지지고 볶고 싸우는 젠더, 인종, 지위 등을 완전히 온전히 뛰어넘은, 다른 세계와의 소통이 이렇게나 많은 생각을 안겨줄 수 있다니.


 관계와 소통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컨택트>를 보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일상은 지루하고 반복되고 있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지만 상황이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상을 깨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게 고작 영화 한 편이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야기가 주는 힘이 있다. 상상력과 비전이 주는 힘이 있다.


 그 힘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이 영화들을 보면서 일상 속에선 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몰아서 하는 긴 연휴가 면 뜻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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