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큐레이션하지 - 열세 번째 영화들
스포일러 없는 김하지만의 특별한 영화 큐레이션, 그 열세 번째 영화들
지난 넷플릭스 드라마편에 이어서 영화편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확실히 드라마보다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집약적으로 서사를 표현하고 녹여내야 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영화는 영화만의 매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드라마 편의 서사와 비교해서 영화만이 가지는 예술성과 압축성을 새삼 느끼며 영화를 감사하면 좋을 것 같다.
메인 예고편 (02:25) https://youtu.be/XaY-18brpFs
2007년 춘절, 귀향하는 기차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린젠칭’(정백연)과 ‘팡샤오샤오’(주동우). 베이징에서 함께 꿈을 나누며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현실의 장벽 앞에 결국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된다. 10년이 흐른 후, 두 사람은 북경행 비행기에서 운명처럼 재회하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추억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추천을 위해서 예고편을 처음 봤는데, 예고편이 진짜 별로다.
그러니 줄거리만 보고 냅다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먼 훗날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본 것 같지만, 내가 추천작으로 들고 온 이유가 정확히 있다.
바로 이 영화가 넷플릭스 영화들 중에서 내가 가장 많이 N차 관람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저우동위(주동우)와 징보란(정백연)의 만남만으로도 볼 이유는 충분하지만, 영화 전체가 다루고 있는 서사의 연출이 아주 볼만하다.
영화 속의 시간의 흐름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조로 되어 있지만,
배우들의 몰입을 위해서 시간 순서대로 촬영되었다고 하니 배우들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후반부 촬영 당시 징보란은 조모상과 촬영이 겹치면서 감독에게 너무 힘들다며 다시는 이렇게 찍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정도.
조금 무겁고 진중한 영화라서 가벼운 킬링타임용 영화를 찾는 사람에겐 비추이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메인 예고편 (02:20) https://youtu.be/W_pzvkVODA8
클레어와 에이든은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헤어지기로 약속한 사이. 그러면 후회도 마음의 상처도 없을 테니. 하지만 추억을 되짚어보는 작별 데이트에서 사랑의 마지막 기회를 찾게 될지도?
제목이 무척이나 길어서 뭔가 싶지만
<헬로, 굿바이,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것>은 제목처럼 만남과 이별 사이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영화이다.
대학교 입학 전인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이지만,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이다.
관계를 시작할 때 ‘이렇게 되겠지’하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이
관계가 진행됨에 따라서 ‘이렇게 된다고?’ 싶은 상황들을 마주할 때
우리의 모습이 어떤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애들 장난 같다가도 이상하게 이입하게 되는 감정과 대사들이 있다.
가만히 그 대사를 듣고만 있어도 괜히 맘이 몽글몽글해진다. 가끔은 몽글해져도 되지 않나?
메인 예고편 (01:31) https://youtu.be/bawNe9MyOJs
모두가 행복한 사랑을 바라는 ‘아카리’(하마베 미나미)와 한 발 뒤에서 사랑을 기다리는 ‘유나’(후쿠모토 리코). 서로 정반대의 성격이지만 우연한 계기로 친구가 된 둘. 고등학교 첫 학기가 시작되고 ‘아카리’와 ‘유나’에게도 마음을 전하고 싶은 상대가 생겼다. “너도 내 마음과 같을까…?”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로 가는 길 열일곱, 우리들의 성장형 청춘 로맨스
굉장히 일본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설정이다.
청춘 남녀 4명이 얽혀있는 관계가, 있을 법한 상황이면서도 너무 만화적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것은
아마 그들의 외모도 한몫하는 것 같다.
너무 예쁘고 훈훈하다..
영화 내내 묘하게 깔려있는 청춘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그러운 청춘의 현재를 잘 버무려놓은 이 영화는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고, 같이 기뻐하게 되는 매력이 있는 영화이다.
가볍게 보기에는 그들의 고민이 어쩐지 내 옛날을 보는 것만 같아서 마냥 가벼울 수도 없는 미묘함이 서려있는 이 영화는
일단 비주얼만 믿고 봐도 눈이 즐거워지는 영화임은 분명하니 그래도 가볍게 즐겨보길 바란다.
메인 예고편 (02:33, 한글자막 없음) https://youtu.be/8LOx5sD1okU
대학 졸업식 밤, 내털리의 삶은 임신 테스트 후에 두 가지 평행 현실로 나뉜다. 삶과 사랑은 과연 무엇을 안겨줄까?
<두 인생을 살아봐>는 형식이 신선한 영화이다.
임신테스트기의 결과에 따라서 한 사람의 인생이 두 갈래로 나뉘게 되고, 그 두 가지의 인생을 모두 쫓아가는 신선한 방식의 서사를 가지고 있다.
한 번의 영화 관람으로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또 그 가능성들이 여성 관객에게는 너무도 이입이 되는 주제(임신과 출산)인지라 정말로 그 삶을 살아본 경험을 한 것은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쉽사리 해볼 수 없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메인 예고편 (02:39) https://youtu.be/Lmp0zA_1U_Q
낯선 도시에 근사한 직장을 구한 저널리스트 제니. 뉴욕을 떠나야 하는데, 애인이 먼저 떠나버렸다. 실연의 상처엔 역시 친구들과 술 한잔. 뉴욕에서 마지막을 불태우리라!
<썸원 그레이트>는 가볍게 볼만한, 뻔한 영화를 기대하고 봤던 내게 눈물을 안겼다.
배우들의 연기나 대사의 티키타카가 분명 유쾌하고 웃기고 재밌는데,
엔딩 씬에 흐르는 나레이션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9년간 함께한 연인과 헤어짐을 인정해 가는 주인공의 그 눈물겨운 과정이,
짠하면서도 웃기고 리얼하면서도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확실히 영화의 모든 부분에 유머러스함이 넘쳐흐르지만, 유머까지도 극복의 과정 속에 녹여내는 그 노련미가 인상적이다.
영화들의 조합이 킬링타임용 영화들이 많은 이유는,
내가 넷플릭스를 틀면서 기대하고 보고 싶은 영화가 밥친구 정도의 농도를 지닌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밥을 먹을 때 피가 낭자하거나, 너무 무거운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를 볼 수는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넷플릭스는 그 다양성을 넓혀주는 데에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영화관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는 관객수에 비례해서 흥망을 좌지우지당한다면,
OTT의 영화는 '얼마나 자주 보느냐'로 흥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소한 원인이 영화라는 장르의 다양성을 좀 더 부여하는 것 같아
관객의 입장에서 너무 좋다.
선택권도 넓어지고, 신선한 생각도 더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분명 OTT에만 매몰돼서 다른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적적할 때 바로 찾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