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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지 Jun 21. 2023

여름의 싱그러움을 담은 영화들

 영화 큐레이션하지 - 열다섯 번째 영화들

스포일러 없는 김하지만의 특별한 영화 큐레이션, 그 열다섯 번째 영화들.


  여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봄, 가을을 포함하고도 나는 여름이 가장 좋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여름이 주는 싱그러움 때문인 것 같다.


  찬란히 부서지는 햇살도 좋고, 비를 머금어 짙어진 초록도 좋고, 그렇다고 초록색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뭐랄까 여름의 색은 채도가 높다.

  하늘도 새파랗고 잎도 깨끗한 초록, 대기도 맑아서 한껏 들이켜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덥고 습한 한국의 여름을 나기 위해서는 에어컨과 제습기가 필수이지만,

  나는 모름지기 여름을 담은 것들을 감상하며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를 담아 준비한 오늘의 큐레이션을 꼭 제대로 즐겼으면 좋겠다.





첫 번째 영화,

장건재 감독의 <한여름의 판타지아>

메인 예고편 (01:12) https://youtu.be/XY1bIZL7brc

“이 마을의 옛날이야기, 아무거나 좋아요” 영화감독 ‘태훈’은 새 영화를 찍기 위해 일본의 지방 소도시인 나라현 고조시를 방문한다. 조감독 ‘미정’과 함께 쇠락해 가는 마을 곳곳을 누비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답한다. 떠나기 전날 밤, 이상한 꿈에서 깨어난 ‘태훈’은 이제 막 불꽃놀이가 시작된 밤하늘을 조용히 올려다보는데… “오늘 밤, 불꽃놀이 축제에 같이 갈래요?” 한국에서 혼자 여행 온 ‘혜정’은 역전 안내소에서 아버지의 고향, 고조시에 정착해 감을 재배하며 사는 청년 ‘유스케’를 우연히 만난다. 가이드를 자처한 그와 함께 걸으며 길 위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어느새 해가 지고 별이 뜨는 밤, ‘유스케’는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고백하는데…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흠뻑 느끼고 싶어서 일본 여행을 갈 때 일부러 일정을 빼서 이 영화의 촬영지인 '고조시'를 방문했을 정도로 나는 이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가 주는 특유의 잔잔한 여름의 이미지와 나른함 같은 것이 나를 온전히 감도는 느낌이라 좋다.


  익숙한 얼굴의 김새벽 배우는 이 영화에 딱 걸맞은 잔잔함으로 우리는 차분히 영화 속으로 이끄는 데 진짜 나도 모르게 이미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영화는 1부는 흑백 2부는 컬러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게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 보면서 영화를 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두 번째 영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메인 예고편 (02:00) https://youtu.be/GSMbQUMn8oc

1983년 이탈리아, 열 일곱 소년 Elio(티모시 샬라메)는 아름다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족 별장에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오후, 스물넷 청년 Oliver(아미 해머)가 아버지(마이클 스털버그)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오면서 모든 날들이 특별해지는데... Elio의 처음이자 Oliver의 전부가 된 그 해, 여름보다 뜨거웠던 사랑이 펼쳐진다

  당연 여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너무 당연해서 뽑지 말까 싶다가도, '이게 빠지면 여름 영화 큐레이션이 아니지~' 싶을 정도로 이 영화는 여름의 정수를 담고 있다.

  오죽하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 소설 제목이 <그해, 여름 손님>이다.


  영화 속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가 나까지 간질간질하고 오묘하게 만드는, 미묘한 긴장감이 영화 내내 감도는 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다.

  섬세한 감정선과 화면마다 가득 담겨있는 여름이 보고만 있어도 이 영화에 취하게 된다.





세 번째 영화,

조나단 데이턴 감독의 <미스 리틀 선샤인>

메인 예고편 (02:13) https://tv.naver.com/v/5692689

대학 강사인 가장 리처드는 본인의 절대무패 9단계 이론을 팔려고 엄청나게 시도하고 있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다. 이런 남편을 경멸하는 엄마 쉐릴은 이 주째 닭날개 튀김을 저녁으로 내놓고 있어 할아버지의 화를 사고 있다. 헤로인 복용으로 최근에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는 15살 손자에게 섹스가 무조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전투 조종사가 될 때까지 가족과 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들 드웨인은 9개월째 자신의 의사를 노트에 적어 전달한다. 이 콩가루 집안에 얹혀살게 된 외삼촌 프랭크는 게이 애인한테 차인 후에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한 프로스트 석학이다. 마지막으로 7살짜리 막내딸 올리브는 또래 아이보다 통통한(?) 몸매지만 유난히 미인대회에 집착하며 분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브에게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쟁쟁한 어린이 미인 대회인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 출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리고 딸아이의 소원을 위해 온 가족이 낡은 고물 버스를 타고 1박 2일 동안의 무모한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좁은 버스 안에서 후버 가족의 비밀과 갈등은 점점 더 커져만 가는데.. 할아버지와 올리브가 열심히 준비한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의 마지막 무대는 가족 모두를 그들이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과연 후버 가족에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사실 <미스 리틀 선샤인>은 여름을 잘 담아낸 영화는 아니다. 그저 여름을 배경으로 삼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미스 리틀 선샤인>을 이 큐레이션에 넣은 이유가 있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이상한 사랑스러움과 터글럭 터글럭 굴러가지만 또 어딘가에는 도착해 있는 결말이 너무 인상적이다.

  가족 각자가 가진 승질머리(?)가 여름과 너무 잘 어울리고ㅎ

  또 오마이걸의 <Dun Dun Dance> 속 가사 "우린 모두 이상해 조금씩은"처럼 우리 모두 어딘가 조금씩은 이상한 부분이 있으니까, 그런 모습들을 보며 생각하며 영화를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네 번째 영화,

김종관 감독의 <최악의 하루>

메인 예고편 (01:38) https://youtu.be/P-2B04A_gO0

늦여름 서촌의 어느 날, 배우 지망생 은희(한예리)는 연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길을 찾는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를 만난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이상하게 대화가 이어지는 료헤이와 헤어진 후 은희는 드라마에 출연 중인 남자친구 현오(권율)를 만나러 촬영지인 남산으로 향한다. 그리고 같은 시간, 한 때 은희와 잠깐 만났던 적이 있는 남자 운철(이희준)은 은희가 남산에서 올린 트위터 멘션을 보고 은희를 찾아 남산으로 온다. 오늘 처음 본 남자, 지금 만나는 남자 그리고 전에 만났던 남자까지 하루에 세 명의 남자를 만나게 된 은희. 과연 이 하루의 끝은 해피엔딩일 수 있을까?

  제목처럼 뭘 해도 안 되는 날인 그런 날을 담은 <최악의 하루>는 서울의 여름을 잘 보여준다.

  녹음이 푸르른 서울의 풍경에서 펼쳐지는 은희의 불행들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어쩐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와 더운데 상황까지 저렇다고?' 싶게 여름이라서 괜히 더 이입하게 되는 신기한 영화다.

  더불어 한예리의 희로애락과 아름다운 춤까지 엿볼 수 있으니 편한 마음을 관람하면 좋겠다.




다섯 번째 영화,

모리 준이치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메인 예고편 (01:11) https://youtu.be/5fcDvt6jtEA

도시에서 생활하다 쫓기듯 고향인 코모리로 돌아온 이치코. 시내로 나가려면 한 시간 이상이 걸리는 작은 숲 속 같은 그곳에서 자급자족하며 농촌 생활을 시작한다. 직접 농사지은 작물들과 채소, 그리고 제철마다 풍족하게 선물해 주는 자연의 선물로 매일 정성껏 식사를 준비한다. 음식을 먹으며 음식과 얽힌 엄마와의 추억을 문득 떠올리는 이치코에게 낯익은 필체의 편지가 도착하는데..

  이 영화는 김태리가 주연한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원작인 일본 영화이다.

  이 <리틀 포레스트>는 여름과 가을을 담은 1편과 겨울과 봄을 담은 2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는 여름을 담은 1편을 가지고 왔다. 영화 형식이나 영화가 여름을 담은 방식은 일본이 만든 영화가 취향이지만, 나는 한국인이고 또 채식을 하기 때문에 영화에 나온 음식은 한국에서 만든 영화가 훨씬 좋다.

  하지만 한국 편은 사계절을 모두 담고 있기에 안타깝게도 오늘은 일본 편을 가지고 왔다. 하지만 한국 편도 너무 너무 너무 사랑스러운 영화이니 안 본 사람이 있다면 꼭 보길 바란다!


  확실히 두계절만 담고 있어서 그런지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느리게 꼿꼿하게 담담하게 담아낸 여름이 선명하게 보이는 이 영화를 보면서 여름에 흠뻑 적셔졌으면 좋겠다.




 

  이전 큐레이션에서 등장한 적이 있어서 이번 큐레이션에서는 제외했지만 여름을 예쁘게 담고 있는 영화들을 추가적으로 더 기록해 놓을테니, 함께 즐겨봐도 좋을 것 같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5) 일본 https://brunch.co.kr/@kimhaji/30

  <우리도 사랑일까> (2011) 캐나다 https://brunch.co.kr/@kimhaji/34

  <청설> (2009) 대만 https://brunch.co.kr/@kimhaji/34

  <언어의 정원> (2013) 일본 https://brunch.co.kr/@kimhaji/4




  각자 가장 좋아하는 날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일과, 크리스마스, 1월 1일을 제외하고 생각해 보면 꽤나 어려운 문제가 된다.


  나는 단번에 말할 수 있는데, 바로 '하지'이다.

  해가 떠있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 해가 귀한 북유럽에서는 '하지'를 기념해서 성대한 축제를 하기도 한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알아차릴 수도 있겠는데! 바로 오늘이 '하지'이다!

  그래서 준비해 본 오늘의 여름 큐레이션은 조금 더 이어서 드라마로도 이어질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다.

  (웨이브 드라마 파먹기 업로드 후에 여름 드라마 업로드 예정입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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