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기를 멈출 수 없는 가난한 청춘의 초상
우리는 왜 사물을 소유하려고 하는가?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일상을 채우고 있는 사물들, 우리는 그것을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고 있을까?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은 주변 물건들 속에 숨겨진 인간 욕망과 행복의 본질을 탐구하는 독특한 소설이다.
『사물들』은 1960년대의 프랑스 사회에 대한 기록이라 할 만큼 그 당시 프랑스 사회의 구조와 일상을 기술한 소설이다. 하지만 이 책은 현재, 우리가 사는 물건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사물에 격하게 의존하며 살아가는 삶을, 물건을 통해 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돌아보게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은 196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젊은 연인 제롬과 실비의 삶을 그린다. 이들은 광고업계에서 일하며 소위 "세련된" 삶을 동경한다. 고급 가구, 예술 작품, 명품 의류로 가득 찬 이상적인 공간을 꿈꾸지만, 현실은 이들의 욕망을 좀처럼 충족시키지 못한다.
두 사람은 물질적 풍요를 통해 행복을 얻으려 하지만, 중산층이라는 한계와 끝없는 열망 사이에서 번번이 좌절한다. 월세를 내기 급급한 삶 속에서, 이들이 동경하는 부유한 세계는 늘 손에 닿지 않을 만큼 멀리 있다. 결국, 그들이 추구했던 꿈은 실현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공허한 목표를 쫓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제롬과 실비는 현대인들이 전원생활을 꿈꾸는 것처럼, 프랑스에서의 답답한 삶을 뒤로하고 튀니지로 떠나기로 결정한다. 그곳에서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고자 하지만 그곳에서는 충족되지 못하는 또 무언가가 있다.
그들이 좇는 길, 새롭게 눈뜬 가치, 전망, 욕망, 야망, 이 모든 것이 종종 어쩌지 못할 만큼 공허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위태하거나 모호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바로 이것이 그들의 삶, 암울함 이상으로 알 수 없는 불안의 근원이었다. 무엇인가가 입을 무한히 크게 벌리고 있는 것 같았다. (p.42)
덫에 걸린 쥐처럼 사방이 막힌 듯했다. 그들은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많은 기회가 있으리라 믿었다. 정해진 근무시간,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을 하나의 족쇄처럼 여기고, 이를 지옥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뭐라 해도 이런 과정이 성공으로 가는 초석임을 분명했다. 창창한 미래가 그들 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들에게 일생일대의 순간이 마침내 찾아오리라. (p.71)
변한 것이 있다면, 전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너무나 모호한 것이었다. 그들의 남다른 삶의 방식, 몽상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들은 지쳤다. 그들은 늙었다. 그랬다. 어떤 때는 자신들이 인생을 채 시작하지도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들의 삶이 위태롭고 덧없이 흐르는 것 같았다. 마치 채워지지 않은 욕망, 불완전한 기쁨, 잃어버린 시간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기다림과 궁색함, 편협함이 자신들을 마모시켜 무력해지게 했다고 느꼈다. (p.90)
그들은 탈출을 시도했다.
광기에 사로잡혀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토록 많은 것을 약속하면서 실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 이 세계에서의 긴장은 너무 심했다. 그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어느 날 그들은 자신들에게 피난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파리에서 그들의 삶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더 이상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p.121)
나의 20대가 떠올랐다.
그때 나도 제롬과 실비처럼 부자가 되고 싶었다.
하루에 20시간씩 일하며 치열하게 살았다.
원하는 사물을 손에 넣을 때면 행복을 느꼈고,
자동차를 사면서 성취감에 물들었으며,
집을 사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에 쏟아부었다.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을 읽으며, 그 시절 나의 모습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당시의 열망과 욕망, 그리고 그것을 쫓으며 치열하게 살았던 나의 20대와 30대.
그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답답하고, 묘한 아픔이 밀려왔다.
그런데,
만약, 내가 시골로 내려가,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김태리처럼 살았다면 어땠을까?
소박하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택했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