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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답잖은 대화의 가치

슬기로운 은퇴생활 - 소소한 행복

by Erica


요즘 가끔 막내가 50대 아저씨들의 아재 개그를 던진다.


왕이 넘어지면?





킹콩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들으면 한숨부터 나왔다.
"쓸데없는 말은 뭐 하려 해?"


직장에서도 누군가 아재 개그를 하면, ‘이걸 웃어줘야 하나?’ 고민하곤 했다.

이런 농담은 도대체 왜 하는 건가?

쓸데없는 말 할 시간에 일을 제대로 하겠네.

강한 T성향의 나는, 의미 없는 대화나 행동을 인생에 가장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시답잖은 대화야말로 중년 이후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년의 대화는 왜 점점 무거워지는가..


젊었을 땐 다들 목표가 있었다. 학업, 연애, 결혼, 경력 쌓기, 집 사기... 당장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았고, 좀 더 나은 미래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대화도 자연스레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굳이 대화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인생의 짐들과 마음이 보이고 느껴진다. 이제 남은 숙제들은, 애를 써도 해결할 수 없거나,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들이 많다.

예전엔, 하면 된다! 였으나, 지금은 안해도 되는 것들이 많다.

시답지 않은 대화나 유머도 마음의 근육이 단단하고 여유로워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철학, 경제, 건강관리, 노후 대비 같은 이야기야 여전히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답잖은 대화를 나눌 친구’다.



가벼운 대화가 필요한 이유


중년 이후의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는 ‘아무 의미 없는 대화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관계’다.

날씨 이야기로 30분을 때울 수 있고, 어제 본 드라마 얘기로 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 서로의 삶에 깊이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말 한마디에 피식 웃을 수 있는 관계.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남은 생은 덜 심심하고, 덜 외롭고, 더 유쾌할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일은 무겁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매번 깊고 의미 있는 대화만 하려 하면 인생이 점점 지치고 어두운 면만 부각된다.


때로는,

"어제 먹은 짬뽕이 기가 막히더라!"
"오늘 바람이 왜 이렇게 좋을까."
"어제 지나가다 꽃 한 송이가 너무 예뻐서 샀어."

이게 뭐 대단한 말인가 싶겠지만, 이런 대화가 가능한 친구가 있다는 건 곧 내 삶에 여유와 따뜻함이 있다는 뜻이다.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대화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순간, 가벼운 대화는 사라진다. 가끔은 목적 없이 대화하는 것도 괜찮다.



유머 감각을 유지하자.

아무리 사소한 얘기라도 웃음이 섞이면 관계가 오래간다. 아재 개그든, 말장난이든 가볍게 받아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아재 개그를 일부러 외워보는 것도 좋다.


먼저 쓸데없는 이야기를 던져보자.


중년 이후의 행복은 거창한 데 있지 않다.

작은 농담 하나, 별거 아닌 일상 공유, 시답잖은 대화가 주는 따뜻함.

이걸 나눌 사람이 있다면, 남아있는 나날 즐겁게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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