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은퇴생활 - 만병통치약, 친구
우정의 본질이라 할 그것, 의지와 열정과 생각의 완벽한 공감이 우리에게 있었다네. 우정이 아주 많고 아주 큰 유익을 담고 있지만, 확실히 모든 유익 가운데서도 두드러진 유익은, 우정이 큰 희망으로 미래를 밝혀주며 용기를 주고 의지를 북돋운다는 점이네. 참된 친구를 바라보는 사람은 흡사 자기 자신의 초상을 바라보는 것이네.
키케로 『라일리우스 우정론』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라고 한다. 세상에 태어나면서 바로 옆에서 우리를 돌봐주는 사람 한두 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여 학교생활 그리고 사회생활로 관계가 확장되어 친구, 선후배, 이웃, 선생님 등 다양한 표현으로 맺어진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간다. 그중 친구와의 아름다운 관계를 우정(友情)이라고 하는데, 友(벗 우)는 오른손 두 개가 겹친 한자로 두 사람이 악수하는 모습을 의미하고, 情(뜻 정)은 마음 심(心)과 靑(푸를 청)이 함께하여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때문에 나이, 성별, 인종을 불문하고 나와 마음과 시간을 나누는 모든 인간관계가 우정이란 단어에 포괄된다.
취향이 비슷해서 친해진 친구, 고난을 같이 극복하며 끈끈해진 친구,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친구, 나의 열정을 공감해 주는 친구, 서로 경쟁하지만 나를 발전하게 만드는 친구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정을 나눈 친구들이 우리 인생의 많은 시간을 채우고 있다.
친구의 한마디가 좌절했던 마음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기도 하고, 큰 희망으로 미래를 밝혀주기도 하며, 상심했던 마음에 깊은 공감으로 툭툭 털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해 주기도 한다. 긴 인생의 여정에서 한 명의 친구가 이 모든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시점에 따라 다른 친구들이 우리 인생의 각각의 면을 채워주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우정의 관계가 끊어지거나, 희미해지기도 하며,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모든 시점에서 친구가 큰 역할을 하지만, 노년으로 접어들 수록 친구는 무엇보다 더 중요한 존재이자, 확실한 치매 예방약이다.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친구,
쓸모없는 얘기도
실컷 떠들 수 있는 친구,
내 말이 반복돼도 귀찮아하지 않고
되려 맞장구를 쳐주는 그런 사람.
그런 친구와의 대화는 그 자체로
뇌를 깨우고, 감정을 일으키고,
기억을 환기시키는
가장 따뜻한 자극제가 된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관계가 활발한 사람일수록 치매 발생 위험이 낮다고 한다.
그건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시간이 우리 뇌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지 않을까?
로빈 던바는 『프렌즈』에서 우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가장 핵심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친구 관계는 손상되기 쉽고 우리가 상대에게 투자하는 시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친구는 태어나면서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닌 만큼 내 삶의 의미 있는 친구들을 곁에 두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을 위해 브로콜리를 먹는 것처럼,
하루 만 보 걷기를 챙기는 것처럼,
정기적으로 친구를 위한 시간을
내어두는 것, 내 마음의 운동도 챙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