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은퇴생활 - 중년에 느끼는 설렘
집에 야구 마니아가 두 명이나 있어 TV에 틀어져 있는 야구 채널을 너무 싫어했었다.
"던지고 받고, 던지고 받고, 도대체 무슨 재미가 있나?"
"선수가 저렇게 많은데 투수 혼자 경기 다 하나?"
"수 싸움은 무슨..."
세상 재미없는 스포츠였다.
아마 아이들에게 골프 채널 보는 어른들이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그러다, 우연히 "최강 야구"를 보게 됐다.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야구를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도 아는 이대호 같은 레전드들이 은퇴해서 모인 팀이라는 거였다. 게다가 감독은 80대 노장 김성근 감독.
신기했다.
최강야구는 은퇴한 선수들을 모아 팀을 만들었다는 것이 신선했다.
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운동감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대단하고,
어린 고등학생 친구들이랑 경기를 함에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이기는 건 멋있고,
타석에 서면 "수고하십니다." 서로 인사를 건네는 것도 보기 좋고,
인생 2막의 Best case를 찾은 것처럼 감동스러웠다.
덕분에 그렇게 싫어했던 야구를 정말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찾아 본방사수하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최근 고등학교 1등 팀 덕수고와의 경기는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 이제 프로에 진입할 예정인 떠오르는 샛별들과 전설의 노장들과의 경기를 보고 있자니 다양한 설렘들로 심장이 계속 뛰었다. 고등학교 1등 팀인 선수들은 패기로 던지고 달린다. 그들은 젊고, 강하며, 꿈을 향해 질주하는 빠른 발걸음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앞을 가로막는 건, ‘경험치 만렙’ 선수들.
노장 선수들의 희끗한 머리와 주름살, 다소 무거워진 몸에도, 여전히 ‘야구를 아는 자’의 아우라가 있다. 타석에 서면 여전히 폼은 살아있고, 내야에서는 공이 어디로 튈지 예감하며 ‘거기’를 지키고 있다. 나이가 많아 못 움직일 거라 생각하지만 예상치 못한 볼을 캐치하며 미끄러져나가는 모습은 화려한 백조처럼 아름답다.
덕수고와의 경기는 도전하는 자와 지기 싫은 자들의 긴장감이 꽉 찬 경기였다. 5회까지 0:0으로 팽팽한 경기가 유지되다, 6회 초 젊은 열정의 1점 선취점 득점으로 레전드들이 지는 모습을 봐야 하나 숨죽이며 보던 차였다. 그러나 7회 말 이대호 선수가 극적인 순간에 홈런을 쳤다.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홈런!!!!!!!!!!”

9회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고 각 팀 모두 집중하는 경기에서, 마지막까지 쉬지 않는 덕수고의 공격으로 두 번의 장타가 나왔으나 김문호 선수의 슈퍼캐취로 몬스터즈가 승리하며 마무리되었다.
며칠이 지나서도 은퇴했음에도 여전히 자기만의 영역을 지키며 즐겁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2막, 나도 이들처럼 살 수 있을까?”
최강야구는 단순히 스포츠가 아니다.
그건 과거와 미래가 찬란하게 충돌하며 만들어낸 감동의 이야기다.
오늘도 누군가는 지키고, 누군가는 도전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설렘이란 감정은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자극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강야구를 통해 느꼈던 그 설렘은, 인생의 어느 순간에도 새로운 취미와 도전이 우리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깨닫게 했다.
설렘은 거창한 것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해, 새로운 경험과 도전에 마음을 여는 순간 찾아온다. 이전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에 도전하며, 작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최강야구라는 새로운 취미를 통해 나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늙음은 나이가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며 멈추지 않고, 현재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중년 이후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훌륭한 본보기다.
무언가 즐거운 일을 한다는 것, 설렘을 느끼는 것은 곧 젊음을 유지하는 일이고, 마음속 열정을 되살리는 일이다. 그 열정은 어디에서 생길지 모른다. 무엇이 되었든 작은 호기심이라도 좋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다시금 설렐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보자. 그곳에서 우리는 나 자신을 넘어서는 감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