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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다스리는 기술

슬기로운 은퇴생활 -마음속 폭풍을 잠재우는 연습

by Erica

은퇴로 출근길 전쟁은 끝났지만, 감정 전쟁은 끝이 나지 않는다.

회사에서의 경쟁도 사라지고, 싫은 사람 안 봐도 되고, 구속에서도 해방되고 좋기만 할 것 같지만, 은퇴한 후에도 무한 반복되는 가사일과 멀어져 간 가족들, 수시로 울컥하는 마음으로 감정이 평온하게 유지되지만은 않는다. 게다가 갱년기란 감정의 폭풍기까지 다가오며, 나 자신도 황당할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상하다, 예전엔 이 정도엔 화가 안 났는데…’

마치 태풍 전의 정적처럼, 아무렇지도 않다가 어느 순간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 “펑!”


“왜 이렇게 화가 날까?”

갱년기의 ‘화’는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몸속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며 생기는 호르몬의 롤러코스터,
그 변화가 뇌의 감정 중추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회사는 안 다녀도 여전히 일상은 바쁘고, 관계는 복잡하고, 몸은 예전 같지 않으니 많은 일들에 대한 인내심 한계가 낮아지기도 하는데 이유가 있다.

마음은 청춘이나 몸은 노년으로 가고, 갑자기 밀려오는 서글픔과 함께 나도 모르게 '화'에 지배당할 수 있다.

그런데, 갱년기의 호르몬 현상이라고 그냥 놔둘 수만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이 화, 분노, 나쁜 감정, 오래 품으면 뇌가 아프다.”

나쁜 감정들은 단순한 기분 문제로 넘기기엔 무시할 수 없는 연구들이 있다. 만성 스트레스와 치매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뇌 속 해마를 위축시키고 기억력 저하, 우울, 심지어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은 2025년 기준 치매 환자 수는 약 97만 명으로 추정되고, 이 중 여성 비율은 약 71%, 남성은 약 29%라 한다. 여성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한국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고, 폐경과 갱년기를 겪으며 에스트로겐 감소가 뇌 건강에 영향을 주고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있다. 또한 사회 문화적인 요인으로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 우울, 감정적 부담, 사회적 고립의 경험이 높다는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가 나는 건 자연스러운 생리 반응이니 어쩔 수 없지만,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나의 의지에 달려있다.


1.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기록'하자.
화났다면 왜 화났는지, 슬펐다면 무엇이 마음을 건드렸는지를 일기처럼 써보자.

글로 적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정리가 되고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


2. 규칙적인 운동은 최고의 뇌영양제

유산소 운동(등산,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은 뇌에 산소를 공급하고 스트레스를 낮춰둔다고 한다.

흠뻑 땀을 낸 후 하는 샤워는 내 몸의 모든 화를 씻어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지금, 화가 난다면 일단 밖에 나가서 걷기라도 해 보자. 걷는 것으로 안 풀린다면 잠시라도 숨차게 뛰어보자. 때론 몸의 힘듦이 분노를 지워버릴 수 있다.


3. 진짜 햇빛으로 마음에 햇빛을 쬐보자.
햇빛은 세로토닌 분비를 돕고, 생체리듬을 조절해 우울과 불안을 줄여둔다고 한다. 매일 15분 이상 야외에서 햇볕을 쬐며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화도 사라질 뿐 아니라 잠 못 드는 시간도 줄어든다.


4. 뇌를 자극하는 ‘소소한 공부’를 해보자.
책 한 권 읽기, 외국어 단어 외우기, 악기 배우기 같은 활동은 뇌를 활성화시키고 자존감도 높여준다.

나이 들어서 무슨 공부야?라고 하겠지만, 무엇이든 배우는 활동은 내 삶에 활력을 넣어줄 수 있다.


5. '혼잣말'로 스스로 위로해 보자.
나이가 들수록 혼잣말이 늘어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생존으로 위해 본능적으로 깨달은 행동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나 좀 화났네", "괜찮아, 하루쯤 이런 날도 있어."라고 스스로 다독이는 혼잣말은 감정 조절을 돕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이다. 누구에게 기대지말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자.


6. 감정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자.
오메가3가 풍부한 고등어, 들기름, 견과류는 뇌 기능 유지에 좋고,
우울감 완화엔 바나나, 토마토, 다크초콜릿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맛있으면 0칼로리를 외치는 당분 덩어리 음료나 케이크 같은 음식은 섭취 후 더 격한 분노를 당겨올 수 있으니 피하자.


“화가 난다, 그래도 괜찮다.”

감정이 흔들리는 건, 나쁜 게 아니라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 변화 속에서 나를 더 이해하고, 나를 더 돌보는 연습을 하는 것.

그게 바로 중년 이후 진짜 '마음 근력'을 키우는 시간이다.

오늘 또 분노의 화살이 나의 심장에 꽂히더라도 내가 치유할 수 있는 근력이 쌓아있다면 문제없다.

"오늘도 내 마음 잘 챙겼다."

잠자리에 들기 전 그 한 마디가 우리의 뇌를, 그리고 인생을 지켜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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