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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년을 위한 뇌 훈련!

슬기로운 은퇴생활 - 행복한 기억을 남기는 습관

by Erica

좋은 기억으로 살 것인가? 나쁜 기억에 지배되어 살 것인가?


사춘기 자녀와 힘든 하루를 보낸 날이면, 나는 어릴 적 사랑스러웠던 순간이 담긴 사진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반항하고 예의 없이 구는 모습에 속상할 때, 작은 손을 잡고 반짝이는 눈으로 웃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독인다. 이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지금의 힘든 기억을 사랑했던 순간의 기억으로 덮으려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방어기제라 생각한다.


중년이 되면, 치매를 앓는 부모님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도 심심치 않게 만난다. 어떤 이는 "착한 치매"라 불리며 긍정적인 기억을 반복하며 비교적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나쁜 치매"로 불리며 부정적인 기억에 사로잡혀 공격적인 행동으로 가족들을 아주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치매 환자가 아니더라도 노인이 되면 과거의 일들을 자주 떠올리면서 반복적인 말을 많이 하게 된다. 그때도 마찬가지다. 젊은 날의 아름다운 순간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억울했던 일, 미웠던 사람, 화났던 사건만 되풀이하며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사람도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선택할 수 있을까?


기억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기억에는 감정이 실린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사람은 감사함으로, 누군가는 원망으로 기억한다. 과거의 상처를 반복적으로 떠올리면 그 감정이 더욱 깊어지고, 반대로 좋은 기억을 자주 떠올리면 긍정적인 감정이 강화된다. 결국, 우리가 어떤 기억을 더 많이 되새기느냐에 따라 우리의 감정과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라고 나는 믿는다.


기억은 마치 우리가 선택하는 영화와도 같아서, 우리가 어떤 장면을 자주 반복해서 보느냐에 따라, 우리 마음속에서 형성되는 감정의 색깔이 달라진다. 치매 환자의 행동 양상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지만, 심리학자들은 긍정적인 기억을 의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거는 바꿀 수 없더라도, 남은 생은 좋은 기억을 남기는 훈련으로 좀 더 행복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마지막 기억이 따뜻하고 다정한 장면으로 남기를 바란다면, 지금부터라도 좋은 기억을 선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좋은 기억을 남기는 훈련


기억의 왜곡이라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최대한 나쁜 기억들은 지우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50년 동안의 많은 기억과 학습으로 그렇지 않아도 용량이 모자라 버벅거리는 내 머릿속을 피곤한 기억으로 채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사기당하지 않는 법과 같이 생존에 중요한 이슈 거리들만 남기고 가급적 좋은 기억의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그 훈련법은,


감사 일기 쓰기:

매일 하루 중 감사했던 일을 적는 습관은 작은 행복을 크게 만들고, 기억 속 긍정적인 순간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감사 일기를 꾸준히 작성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정신적 안정감이 높고, 더 행복한 감정을 유지한다고 한다.


용서하는 연습:

과거의 상처를 계속 곱씹기보다, 그 경험에서 배운 점을 찾고 용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기억을 부드럽게 만들고, 감정적 짐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런데 성인군자가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용서하기 어려운 상황들도 많다. 그렇다면, 적어도 더 이상 그 기억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다짐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좋은 순간을 자주 떠올리기:

소중했던 순간을 자주 떠올리고 이야기 나누는 것은 행복한 기억을 뇌에 각인시키는 과정이다. 과거에 나를 따뜻하게 해 준 사람들과의 대화를 떠올려 보고, 그들과 있었던 소소한 행복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감정은 달라질 수 있다.


1일 1줍, 행복 쌓기:

굳이 찾아서라도 “오늘 이 순간이 행복했다”라고 느끼며, 미래에 좋은 기억으로 남길 수 있도록 현재의 기쁨을 찾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눈이 내려서 행복했고, 산뜻한 봄바람이 불어 기뻤고, 하늘이 유난히 아름다워 미소 지었고, 오랜만에 친구와 나눈 수다가 즐거웠다.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도 따뜻한 기억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


독서하기:

나이가 들수록 과거일을 곱씹는 게 잦아지는 건 새로운 일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무료하게 반복되는 생활에서 가장 쉽게 새로움을 추가할 수 있는 건 독서다. 세상의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책들을 읽다 보면 과거를 되씹는데 소비할 시간이 줄어든다.




미래의 나를 위한 준비


중년이 되면 부모님의 기억이 흐려지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나의 미래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을까? 분노와 후회로 가득 찬 기억이 아니라, 따뜻한 순간들이 가득한 삶을 살고 싶다면 지금부터 좋은 기억을 만드는 연습을 해야 한다.


기억은 우리의 선택이다.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 나의 노년을 채울 기억이 된다. 오늘도 좋은 기억을 하나씩 쌓아가며, 늙어서도 따뜻한 미소로 하루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즐겁게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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