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남자 | 서머싯 몸

그는 왜 행복할 수 있었을까?

by Erica
타인의 삶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지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거늘, 놀랍게도
사람들의 태도나 습관, 견해를
수정해야 한다고 거침없이 논평하는
자신만만한 정치인이나 개혁가 같은
인사들이 종종 있다.



그는 왜 행복할 수 있었을까?


서머싯 몸의 〈행복한 남자〉는 ‘성공’과 ‘행복’이 반드시 같은 방향을 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하는 짧은 단편이다. 작품 속 주인공은 안정적인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고, 스스로 원하는 삶을 선택한 인물이다. 그는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선택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누구보다 평온하고 충만한 삶을 살아간다.



간단 줄거리

이야기는 나(화자)에게 스티븐스라는 낯선 남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스티븐스는 런던에서 안정적인 직장과 가정을 가진 평범한 의사였지만, 자신의 삶이 숨 막히게 불행하다고 느끼며, 우연히 화자가 쓴 글을 보고, 인생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조언을 구하러 온 것이었다.


스티븐스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스페인으로 떠나 살고 싶다는 파격적인 계획을 털어놓지만 실패할까 봐 두려워하며 서술자에게 확신을 달라고 요청한다. 화자는 그에게 냉정하게 조언한다.


먹고살 수는 있죠.
위험 부담이 커요.
앞날이 달린 일입니다. 스스로 결정하세요. 하지만 이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돈 욕심이 없다면, 그저 먹고사는 것에 만족한다면 가세요.


결국 스티븐스는 그 조언을 듣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스페인으로 떠난다.


세월이 흘러 화자는 스페인을 여행하던 중 컨디션 문제로 영국인 의사를 찾아가게되는데 그곳에서 만난 스티븐스는 런던에서의 깔끔한 신사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꾀죄죄한 외양에 가난한 시골 의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화자는 스티븐스의 눈빛에서 과거에는 없던 강렬한 만족감과 평온함을 발견한다.




책 속으로


"예전에 만났을 때 선생님이 그러셨죠. 여기 오면 그저 먹고사는 정도겠지만 멋진 삶을 영위할 수 있을거라고. 그 말이 맞았어요. 이제까지 늘 가난했고 앞으로도 가난하겠지만 저는 만족합니다. 이 삶을 세상 어느 왕의 인생하고도 바꾸지 않을 겁니다. "




책장을 덮으며


런던의 안정적인 의사 생활을 뒤로하고 무작정 스페인으로 떠나겠다는 한 남자의 무모한 결단. 그 후 행복한 모습.

이 소설은 '책임'이라는 감옥에 갇힌 이 시대의 중년들에게 마음의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는 글이 아닐까 생각한다.


안락한 불행 속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불확실한 행복을 향해 뛰어들 것인가?


우리는 늘 안정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그 안정에 숨 막혀 한다. 서머싯 몸은 이 모순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꿰뚫어보며 글로 표현하는 작가인 것 같다. 그의 글 아래 어떤 인생은 안정을 선택해 소박한 행복에 안착하지만 "행복한 남자"의 주인공은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나는 자유를 원하는가? 안정을 원하는가?


마음의 결정이 서지 않아 막막할 때, 서머싯 몸이 펼쳐놓은 인생의 여러 갈래 길을 따라가다보면 내가 진짜 원했던 길을 선택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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