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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Jun 23. 2022

인공지능 아트

오늘날 4차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칠게 세계를 휘저으면서 그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이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어 온다. 음성인식으로 독거노인을 돕는 디지털도우미, 자율주행자동차, 챗봇 같은 장치 뿐만 아니라 스마트한 금융지원앱, 요리도우미 로봇, 지능형 CCTV 등 생활 곳곳에서 우리는 인공지능을 만날 수 있다.
예술분야도 피해갈 수 없다. 몇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간만의 불가침 영역으로 여겨졌던 음악, 무용, 소설, 그리고 이제는 미술까지 인공지능의 영역으로 물들여지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드로잉 봇(Drawing Bot), ‘넥스트 렘브란트’ 인공지능 프로젝트, 구글의 딥드림(Deep Dream), 트위터의 딥포저(Deep Forger) 등 인공지능 작가들이 속속 세계의 전면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넥스트 램브란트 프로젝트(마이크로소프트사)
딥포저 (트위터)


2018년 10월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역사상 최초로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제작한 초상화가 경매에서 판매되었다. 파리에 있는  스타트업 ‘오비어스(Obvious)’가 개발한 인공지능 엔진으로 그린 초상화 작품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가 예상 낙찰가 1만 달러보다 45배 가까이 높은 43만 2천 달러(약 5억 원)에 낙찰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의 초상, 2018


음악 분야의 AI는 미술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미국 UC산타크루즈 대학교 데이비드 코프 교수진이 1990년대부터 오랜 시간 공들여 개발한 AI작곡가 ‘에밀리 하웰’(Emily Howell)이 대표적인 예다. 에밀리 하웰은 모차르트,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등 여러 위대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학습했고, 이를 토대로 화음, 박자 등 수많은 요소를 조합해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냈으며, 2010년에는 첫 디지털 싱글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에밀리 하웰’(Emily Howell)의 디지털싱글 앨범


인공지능 로봇이 직접 연필과 붓,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도 생겨났다. 2019년 탄생한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이다(Ai-Da)’는 세계 최초 로봇 아티스트로 인정받았다. 영국의 여성 수학자이자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였던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 백작부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아이다는 실제 사람과 비슷한 외형과 인체공학적인 손을 가지고 있으며, 눈은 카메라로 되어있다. 카메라로 본 것을 연필로 스케치하면서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그동안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합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과는 다른 능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AI X HUMAN’ 모토로 설립된 ‘AI아트 갤러리 아이아’가 있다. ‘AI아트 갤러리 아이아’는 그래픽 AI 전문기업 펄스나인의 AI 화가 ‘이메진 AI’와 상업 AI 아트툴 ‘페인틀리AI’의 작품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AI아트 전문 갤러리이자 예술 플랫폼이다. AI와 화가의 협업으로 붓이 아닌 AI를 도구로 사용하여 그림 ‘엔지니어 전’ 등 다양한 장르의 실험적인 협업을 모색하면서 작품 감상과 컬렉션의 재미와 범위를 넓히고 있다.


AI 아트를 만드는 기계학습

이세돌과 바둑을 둔 알파고의 딥러닝(Deep-Learning)기술과 달리, 최근 AI아트를 만드는 인공지능은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이라는 학습기술을 사용한다. GAN은 딥러닝과 달리 인간의 개입이나 학습할 데이터가 없어도 신경망 스스로 학습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때문에 큰 기대와 우려를 한꺼번에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GAN 인공지능 엔진은 생성자(Generator)와 판별자(Discriminator)의 두 개의 모델이 서로 학습하면서 영향을 미치는 상호경쟁방식의 생성적 대립네트워크(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를 구성한다. 생성자가 지속적으로 ‘그럴듯한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 판별자에 투입하면 판별자는 사전에 저장한 진짜들과 비교해 값을 돌려준다. 이 과정을 실제와 가까운 이미지, 그러니까 ‘인간이 그린 그림’처럼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학습을 수행한다.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 역시 14~20세기에 그려진 초상화 1만5천 작품을 토대로 ‘GAN’ 학습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기존의 작품과 유사한 듯 보이지만, 전혀 새로운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AI 아트, 기술인가, 예술인가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의 예술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인간이 어려서부터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학습하고 또 영감을 얻는 것과 같이, AI가 인간의 창의성과 다르지 않은 AI만의 창의성을 증명할 시대가 왔다고 환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AI아트는 인간이 선택한 학습 데이터를 학습할 뿐이지 AI 스스로의 창의성으로 볼 수 없다는 사람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AI화가의 창의성과 독창성이 인간 화가의 기준에 들어야만 인정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처음 사진기나 나왔을 때도 사람들의 반응도 지금과 비슷했다. 19세기 사진기가 발명되면서 세상에 보이는 대상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화가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믿음은 뒤집혔다. 당시의 많은 사람들이 화가의 기술이 결코 사진의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으나, 화가의 영역은 사진의 영역과 다르다는 것이 곧 증명되었다. 화가는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심상에 집중했고 형상을 분해, 결합, 파괴해 가면서 새로운 미술 사조를 이끌었다. 바로 현대미술이 출발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인간의 호기심, 혼과 생명을 표현하기 위한 콜라보

AI아트가 독창성과 창의성에 있어 때론 인간을 뛰어넘는 발전을 이루어도, 인간 예술가의 고유 영역인 호기심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호기심은 불완전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인간의 운명이다. AI아트는 이러한 인간 예술가의 운명을 조력하고 협업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사진이 특별한 예술 장르로 정착했듯이 학습 알고리즘 기반의 AI 아트 역시 인간의 혼과 생명을 표현하는, 혹은 흉내내는 예술 장르로 안착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AI 아트는 새로운 매체로서 예술가에게 창의적 발상을 돕는 신선한 자극제이자 창작 노동을 줄여 주는 조력자이다. AI 화가가 특정 키워드를 학습해 추상적인 밑그림을 그려내면 인간 화가가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Commune with…. AI화가인 ‘이메진 AI’와 극사실주의 화가인 ‘두민’의 협업 프로젝트

나아가 AI아트는 인간과 협업으로 기술과 예술의 공존성을 보여준다. 일례로 2019년 9월 국내 최초로 ‘갤러리 아이아’는 AI화가와 인간화가가 협업한 작품 <Commune with…>을 국내 최소로 선보였다. AI화가인 ‘이메진 AI’와 극사실주의 화가인 ‘두민’이 만나 독도를 주제로 그림의 반반씩 채색한 작품으로, 독도의 지상 부분은 두민 작가가 서양화 기법으로, 수면에 비친 독도의 모습은 이메진 AI가 동양화 기법으로 표현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삼일 만에 이천만 원이 넘는 투자금을 모으며 AI화가와 인간화가의 공동 협업작품을 아트마켓에 최초로 선보이면서 여러 의미를 남겼다.


앞으로 AI화가와 인간화가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하며 만든 예술 작품이 더욱 많아질 것이고, 나아가 인공지능에 거부감도 줄어들면서, 미적 영역과 표현에 있어서도 더욱 다채로워 질 것을 희망한다.


[참고] (22. 6. 17 기준)

AI, ‘예술의 영역을 정복할 수 있을까 (시사위키, 2020)

17세기 화가, 렘브란트의 부활 (세계지식재산포털, 2021)

[The Rise of AI Art] AI 아트의 미래는 인간화가와의 협업이다 (ZER01NE,2021)

새로운 예술 장르의 등장, AI in Art  (디자인정글,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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