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는 갑작스러운 도시위기 해결을 어떻게 도와주는가
도시가 지속가능하려면 먹고 사는 문제 해결, 소수의 의견이라도 소외되지 않는 환경구축, 갑작스런 위기상황 대응이라는 세 가지 역량이 필요하다. 오늘날 도시 위기는 기후와 탄소중립, 도시 인구감소, 그리고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감시 사회화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하나 더 붙이자면, 전쟁이나 코로나-19처럼 도시전체에 갑자기 밀어닥치는 위기상황 대응문제일 것이다. 스마트시티는 이러한 도시의 경제화, 민주화, 위기대응 등의 문제해결을 지원해야 하며, 특히 위기라는 중력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역량을 제공해야 한다.
산업화의 중심도시이자, 2.28 민주화 운동과 융합사상의 거점도시인 대구는 2020년 2월 코로나-19 대유행의 심각한 도시위기 앞에 직면하였다. 2월 18일, 이전까지 바이러스 청정지역인 대구에 최초 지역감염사례인 31번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와 밀접촉한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급격히 증가하여 한때 일일 최다 741명이 발생했다. 설상가상 2월 27일에는 입원 대기 중인 환자가 사망하면서 대구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첫 확진자 발생 한 달 동안 대구시 누적확진자는 국내 총 누적확진자의 73%를 차지했다. 확진자 열 명중에 일곱 명은 대구 시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대미문의 도시 위기상황에서 대구시는 빠르게 <코로나19 비상대응본부>를 구성하고, 구·군 보건소와 함께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였다. <감염병관리지원단>을 재가동하고, 대구 의료기관·단체의 총체인 <메디시티대구협의회>를 통해 비상대응에 필요한 민관협력체계를 추진하였다. 새로운 검체채취시스템인 <선별진료소와 드라이브 쓰루> 도입, 진단검사기관 확대, 역학조사와 자가격리자 관리, 의료체계 붕괴를 막은 <생활치료센터> 운영, 중증·고위험환자 확진자 관리시스템 운영, 시민참여형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해외입국자 분리 동선관리, 긴급돌봄서비스 등 그야말로 다채로운 새로운 혁신방법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위기 대응 결과로 대구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52일인 2020년 4월 10일에 추가 확진자 ‘0’을 기록했다.
대구의 코로나 위기 극복을 스마트시티 관점에서 추적해보면 준비(Preparation), 적용(Application), 정착(Localization)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주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 번째 준비단계에서 주목할 부분은 민관 협력 거버넌스와 준비된 스마트시티 인프라이다. <대구광역시 코로나-19 비상대책본부>는 기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개편하여 외부전문가, 메디시티협의회를 포함한 관련 협단체가 참여하는 민관협력기구로 구성하였다. 비상대책본부는 완치환자와 입원대기자 관리, 역학조사, 환자분류 등 코로나대응 핵심 업무에 관하여 즉각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 민관협력 종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다. 매일 밤 10시 진행되는 회의와 복잡한 행정 처리는 스마트한 공유체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파견된 중앙정부 기구와 이인삼각의 협력체계, 선진화된 한국 의료보험제도, 데이터기반 대구 스마트시티 인프라는 도시가 코로나를 슬기롭게 극복할 준비를 되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적용단계에서 대구는 그간 시도하지 않은 실험적인 혁신을 세계 최초로 감행함으로써 위기 상황 속에서 에자일(Agile)하는 스마트시티의 본질을 보여주었다. 이동진료소와 드라이브 쓰루 진료소는 기존 30분당 한 명꼴인 검체검사 숫자를 획기적으로 늘림으로써 코로나와 속도전에 대응하였다. 특히 <생활치료센터>는 행정혁신의 백미이다. 잠재 환자에 대한 매뉴얼이 부재한 상황에서 환자 관리를 위해 다양한 혁신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적용함으로써 코로나 방어벽을 높이 쌓았다. 특히 생활치료 센터 책임자들이 스마트시티의 분산민주주의 기술인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상황을 공유함으로써 암묵지를 형식지로 빠르게 전파하며 지혜가 축적하였다.
세 번째 정착단계는 탁월한 시민력을 발휘함에 있어서 스마트시티 기술이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시민들의 자가 격리, 마스크 쓰기 운동, 취약계층을 위한 반찬나눔 등은 다양한 통신채널과 톡방을 통해 전파되었으며, 상호 격려와 동참을 자극하는 문화운동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데이터를 기반의 스마트시티 기술을 이용하여 환자 동선을 추적 관리하며 장기화되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교육, 소비, 경제활동을 비대면으로 수행하며 생활로 정착하였다. 그야말로 전도시가 혁신을 실험하는 리빙랩의 장이 된 것이다.
대구시의 코로나 극복과정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갑작스럽게 닥친 도시의 위기에는 반드시 스마트시티 인프라와 스마트시티 기술이 필요하다. 나아가 이러한 인프라와 기술위에 위대한 시민력과 민관협력 거버넌스가 결합될 때, 비로소 도시 위기는 극복 될 수 있다.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있어서 선진국이 정한 매뉴얼에 따라 빠르게 따라잡는(catch-up) 능력으로 세계 국가에 모범적인 사례가 되었다. 하지만, 위기극복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드디어 우리는 여타의 선진국을 탈추격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대구는 위기대응에 관해 어떤 매뉴얼도 없는 상황에서 탈추격 혁신의 선도적인 사례를 보여준 위대한 도시이다.
이제 그동안의 위기극복 경험과 과정을 빠르게 형식지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억에서 휘발되기 전에 매뉴얼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기억의 장소를 통해 공유하는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야 한다. 서두에 언급한 독일 같은 나라가 위대해진 단 하나의 비결만을 말하라면 바로 자기 실패를 반성하고 그 실패를 늘 현재화하는 겸손한 태도일 것이다. 우리도 이런 자세를 겸비할 때 비로소 더 위대한 도시, 파워풀한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