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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Aug 09. 2022

15. ABB로 만드는 스마트시티

AI, Big Data, Block Chain으로 만드는 따뜻한 도시

2029년 어느 날 아침, 일어날 시간이 되자 집안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잠에서 깨 침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집안의 에어컨이 작동하고, 커피머신이 커피를 만들 준비를 시작한다. 세수하러 화장실에 들어가면 화장실 거울 한 쪽에 오늘 날씨와 더불어 어제 있었던 야구 경기 하이라이트와 결과가 영상으로 나온다. 커피를 마시며 “오늘 주요 일정은?”이라고 말하면 집 안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오늘 일정을 들려준다. 옷장 거울 앞에 서서 “오늘 무슨 옷을 입을까?”라고 물으면 옷장에 부착된 카메라가 신체 위치 등을 인식하고, 여러 스타일의 옷을 보여준다. “이걸로 할게”라고 말하면 해당 옷이 들어 있는 칸에서 불이 깜박인다. 옷을 입고 “자동차 시동 걸어줘”라고 말하면 주차된 차에 시동이 걸리고 가장 좋아하는 온도를 맞추기 위해 에어컨이 작동된다. 차를 타면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다. 목적지까지 자율주행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차 안에서 오늘 할 일과 최신 뉴스를 읽을 수 있다.

윤주탁 에이블랩스 운영자가 <디지털 경제>에서 제시한 7년뒤 스마트시티를 살아가는 우리의 아침 일상 모습이다. 이중에 어떤 서비스는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부분적으로 구현되고 있는 기능이다. 사례에서 보여주는 서비스에 사용되는 핵심 기술은 에이비비(ABB)라고 불리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빅데이터(Big Data)·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이다. 


최근 에이비비(ABB)를 향한 지방정부의 열기는 뜨겁다. 민선 8기를 시작하면서 ABB산업 환경조성과 유망기업유치를 주요 시정목표로 선정하고, 관련 기관의 통폐합도 추진하고 있다. ABB는 산업이라기보다 엄밀한 의미에서 기술 쪽에 더 가깝다. ABB는 근본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구성하는 하부 기술영역이다. 소프트웨어산업을 구성하는 기술들은 상호간 되먹임(feedback)을 하면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전후방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특성이 있다. ABB 역시 전형적인 특성을 지니며 기술에서 산업으로 진화하는 형국을 부여주고 있다.


 ◆ ABB가 바꾸는 스마트시티

한편 ABB는 최첨단 정보통신의 기술을 사용하여 도시기능을 전산화한 후, 각기 다른 기능을 상호연결하여 지능화하는 스마트시티의 모습도 바꾸어 간다.


5G같은 통신망의 연결성(connectivity)과 사물인터넷(IoT)의 성장으로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AI소프트웨어 시장은 2019년 6억7천만달러에서 2025년 49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AI는 도시계획과 다양한 행정업무를 지원한다. AI서비스는 시 공무원들에게 도시내 특정 요소들을 측정하는 정확한 방법을 제시한다. 데이터기반 인공지능은 의사결정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는 것을 도우며, 몇 개월씩 걸리는 조사가 필요했던 일을 수시간 만해 해결할 수있다.


 도시의 비디오 감시나 지능형 CCTV으로 행동분석 알고리즘과 사물탐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범죄가 일어날 조짐이나 위협요소를 미리 확일할 수 있다. 교통정체구간과 도시내 주차장을 인공지능기반으로 운영함으로써 교통체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도 있다. 에너지 절감과 탄소 배출량을 건물별로 지능적으로 관리하거나 자원재활용 인공지능 로봇을 통해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행정을 도와서 재해발생시 뉴스, 경보, 경고를 맞춤형으로 제공하여 효과적으로 위기에 대응한다. 최신 행정 인공지능 플랫폼은 시민의 습관과 요구사항을 미리 파악하는 기능이 탑제되어, 다양한 렌즈를 통해 문제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스마트시티에 잘 작동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이 바로 도시의 빅데이터시스템이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주식(主食)으로 먹는 유기체다. 스마트시티에서 빅데이터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가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먼저 사물인터넷과 센서를 통해 많은 촉수를 만들고, 시민들의 활동데이터를 확보하는 다양한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다음으로 생성된 데이터의 품질을 균질하게 만드는 정제활동이 필요하며 마지막으로 공공 도시데이터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개인정보 비식별화 처리를 안전하게 관리하며 데이터 활용 성숙도를 높여야 한다.


블록체인은 공공 또는 사적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거래정보가 암호화되어 해당 네트워크 구성원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디지털 원장(ledger)을 의미한다.   블록체인이란 데이터들을 체인 형태로 연결된 블록에 저장함으로써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열람하면 연결된 누구나 그 결과를 알 수 있으며, 복제, 위변조가 불가능한 암호화 기술이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전자시민권, 치안, 의료, 전자투표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으며, 두바이에서는 전자문서, 여권, 의료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항저우는 한발 더 나아가, 도시내 모든 시설을 자동화하고 금융거래를 비롯한 출생과 사망증명서 발급, 투표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어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기록되고 보관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도시를 구축하고 있다. 도시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활용하여 행정은 공간정보, 도시인프라, 에너지 관리 영역으로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 블록체인은 스마트시티를 종합적으로 발전시키는 토대가 될 수 있으며, 스마트시티를 기술 중심에서 기술-사회의 공진화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 ABB로 만다는 대구 스마트시티의 희망

스마트시티는 매일매일 발전하는 신기술을 도시에 적용하는 일차적인 개념에서 계속 진화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에서 구글 사이드워크랩의 스마트시티 구축 실패사례는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준다. 토론토 쿼사이드(Quayside) 4만 8,562평방미터를 유토피아로 개발하려던 구글은 2020년 5월 코로나로 인해 재정투입이 어렵다는 이유로 계획을 포기했다. 하지만 재정투입은 표면적인 이유다.


 기술에 대한 오만함을 믿은 사이드워크의 하향식 접근은 토론토 시민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스마트시티 기술이 최적화라는 이름으로 도시를 멋져보이게 하는 요소를 없애 버렸다. 가령 토론토 시민들은 다양한 이웃 사이에서 혼란함을 느끼면서도 강렬하고 우연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하지만 도보나 도로, 건물, 숲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를 ABB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시티 기술은 정량화와 통제라는 미명하에 묵살하였다. 결국 쿼사이트를 후원했던 사람들조차 등을 돌리면서 구글은 손을 들게 되었다. 사이드워크의 쿼사이드 프로젝트 실패가 주는 교훈이 있다면 바로 스마트시티 구축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시민 요구에 더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도시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핵심 기능을 희생해야 한다면 그 기술의 운명은 이미 실패를 노정하고 있다.


다행히 ABB로 만드는 스마트시티에 희망이 보인다. ABB는 산업적인 측면외에 “ABB 행정도입을 통한 시민편의 확대”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대구시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시민들과 도시에 발생하는 문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ABB 관련 기술로 해결책을 만드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서 생활악취와 대기질 관리를 예측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시민들의 참여도이다. 기존 대구에서 운영하였던 도시문제발굴단이나 시민과학자들과 연계하며 시민이 기술 개발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을 통해 시민 체감도와 효능감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시민은 현명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ABB기반 스마트시티는 그렇게 차별화되었으면 한다. 기술은 결코 시민을 이길 수 없다. 


<참고자료>

1. 한권으로 끝내는 디지털경제 (윤주탁, 2020)

2. IT Future_Strategy_2017, 4차 산업혁명, 대한민국 _미래를 찾다(NIA, 2017)

3.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 추진방안( BISTEP, 2019)

4. 스마트도시에서 블록체인이 갖는 함의와 그 역할 (조재우, 한국지역학회지 『지역연구』 제37권 제2호, 2021)

5. 스마트시티와 블록체인(정승현, IITP 주간기술동향, 2020)

6. 스마트시티는 영원히 실현되지 않을 유토피아다 (MIT Technology Review,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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