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와 안전한 생명 공간을 찾아 이동하는 행위는 인간의 기본 본능이다. 농경과 토기문화의 발달로 정착생활이 가능해지면서 인간의 활동 반경은 획기적으로 줄었고, 전쟁과 자연 개간, 도시화로 인간의 활동 밀도는 더욱 압축되었다. 하지만, 먼 곳을 다니며 새로운 경험치를 높이려는 욕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20세기 자동차의 발명은 이러한 인간의 이동 욕망을 충족하는 ‘신이 내린 선물’이 되었다. 자동차는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찬란한 금자탑을 세웠다.
의식주와 안전한 생명 공간을 찾아 이동하는 행위는 인간의 기본 본능이다. 농경과 토기문화의 발달로 정착생활이 가능해지면서 인간의 활동 반경은 획기적으로 줄었고, 전쟁과 자연 개간, 도시화로 인간의 활동 밀도는 더욱 압축되었다. 하지만, 먼 곳을 다니며 새로운 경험치를 높이려는 욕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20세기 자동차의 발명은 이러한 인간의 이동 욕망을 충족하는 ‘신이 내린 선물’이 되었다. 자동차는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찬란한 금자탑을 세웠다.
192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도시는 제조 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 금융,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며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환경으로 변화되었다[1]. 현대 도시 경계를 넓히는 이동수단으로 자동차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도시내 이동수단은 개인용 승용차 외에 도시철도, 버스, 트램, 지하철, 퍼스널모빌리티, 공유차량 등 다양하게 분화되어 인간의 이동 역량을 높여왔다. 이러한 이동수단의 분화는 외려 도시내 교통수단의 선택에 복잡성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현대 도시민은 복잡한 교통수단 가운데 비용대비 효과적인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고, 이로 인해 도시 행정에 이동수단 관리에 통합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이동수단 선택의 복잡성과 관리의 효율성으로 스마트시티를 추구하는 앞서가는 도시들은 마스(MaaS, Mobility as a Service)라는 교통 서비스 시스템을 제시한다. 마스(MaaS)는 승용차, 지하철, 버스 같은 보편적 교통수단뿐 아니라 공유 교통, 자율주행차, 퍼스널모빌리티 등의 교통수단을 통합하여 시민관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시민이 원하는 목적지에 최적의 경로와 비용으로 이동욕망을 만족시키는 것과 동시에 이동 수단을 사용자에 최적화하여 선택하는 시스템이다.이는 지금까지 차량을 이동수단으로 보는 ‘도구적 관점’에서 벗어나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인간의 이동욕망을 최적으로 만족시킨다는 ‘서비스 관점’에서 교통시스템 재편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사용자(시민)가 원하는 목적지에 가려면 사용자 스스로 필요한 교통수단을 조합하여 선택하여 이용하는 방식 이였다면 MaaS는 도시철도, 버스 등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퍼스널 모빌리티(공유킥보드, 공유자전거), 공유차, 수요대응형 교통서비스(Demand Responsive Transit; DRT)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통합하여 최적의 경로와 수단을 사용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사용료를 일괄 처리하는 스마트한 서비스이다.
MasS의 서비스 연결·통합 정도에 따라 5단계(서비스 단순연결, 정보통합, 결제통합, 서비스공급 통합, 정책통합)로 구분할 수 있으며 현재 선진 도시를 중심으로 상용화 단계에 있으며, 시장규모는 2030년까지 연평균 25% 성장하여 1.6조달러 규모로 이를 것으로 글로벌 컨설팅회사 PWC는 전망하고 있다.
MaaS 개념을 가장 현실화 시킨 도시는 북유럽의 대표도시 헬싱키이다. 헬싱키는 2016년부터 시내의 트램, 버스, 지하철, 공항철도, 공항버스 등 대중교통을 총망라한 MaaS 프로젝트인‘휨(Whim)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헬싱키 MaaS 프로젝트에는 핀란드정부와 헬싱키 지역교통국(HSL, Helsinki Regional Transport Authority), 핀란드의 통신 장비 제조업체인 에릭슨과 지멘스, 우버 같은 서비스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시민들은 헬싱키 대중교통앱(HSL)을 통해 60유로에서 무제한 서비스인 499유로까지 차별화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는 대중교통은 물론 30분이내 시내 자전거 무제한 이용, 30일이내 4번 택시를 최대 5km까지 10유로에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주말에 교외활동을 위해 공유차량을 1일 49유로에 이용할 수 있는 귄리를 제공한다. 실제 헬싱키는 시민들에게 자동차가 없어도 동일한 이동 환경이 가능한 MaaS 시스템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서비스 사용 후 자가용 이용율이 40%에서 20%로 감소하였다. 또한 도심내 차량 흐름이 개선되면서 도심 배기가스 총량도 줄어 2035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도시목표도 단계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자가 차량 소유에 드는 비용이 월 616유로이지만, 헬싱키는 휨서비스 이용으로 개인의 이동 경비를 300유로 이내로 줄인다는,‘시민들에게 한 시간 더 돌려주기!’라는 그들의 스마트시티 비전만큼 명확한 MaaS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MaaS의 최초 실증은 대구에서 추진되었다. 대구시와 국토부와 함께 201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스마트시티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의 스마트모빌리티 기술개발 과제를 통해 MaaS를 개발하고 있다. 주관기관인 교통연구원과 대구시는 작년에 신서혁신도시 일원에서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MaaS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실증하였다. 최적경로 이동수단 검색, 연계·환승 교통수단 예약과 이용, 통합 일괄 결제가 가능한 플랫폼을 실증하였으며 향후 도시 전체의 확산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이다.
스마트 시티에서 마스(MaaS)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선결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행정과 MaaS 서비스 사업자들이 협업하여 통합서비스 청사진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공유와 호환의 표준을 설정하고, MaaS 사업자가 안심하고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에 MaaS를 전개하는 단계에서는 자전거, 대중교통버스, 퍼스널모빌리티 등 도시마다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를 최종 책임지는 핵심 이동수단이 무엇인지 도시별 특성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해당 도시에 적합한 특징적인 교통수단을 시스템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스마트 시티에 MaaS가 잘 안착하려면 행정과 시민 모두 자동차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이 달라진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현재는 자동차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차량을 판매하는 구조지만, MaaS가 진행되면 최종 소비자(시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제공업체 중심의 구조로 시장구조가 바뀐다. 최종적으로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들은 자신의 서비스에 맞는 차량 개발을 제조사에게 요구할 것이다. 즉, 자동차를 선택하는 권한이 소비자에서 MaaS 플랫폼 운영자로 이동한다. 이미 중국의 호출형 차량공유서비스 기업인 디디추싱은 전용 차량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공감대 형성과 함께 도시는 시민중심의 MaaS 도입과 함께 시민들과 함께 도시의 교통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서비스에 반영하는 마스터 플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2].
이동수단이 공급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바뀐다는 것은 원시 인간에서부터 존재해왔던 인간의 이동 욕망을 단순히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위치를 변경하는 역량으로만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구성원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다양한 이동수단과 관계 속에서 주체로 행동할 권리의 문제에 맞닿아 있다. 이는 모든 스마트 기술에 대하여 ‘기술이 어떻게 도시를 더욱 똑똑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 아닌, ‘도시와 시민 전체가 어떻게 기술을 활용해 더욱 똑똑해질 것인가?’라는 질문이 필요한 이유다. 어쩌면 오늘날 스마트시티를 살아가는 스마트 시민이 주체적으로 끊임없이 물으며 살아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참고]
[1] 마우로 기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국제경영학 교수는 2020년 그의 저서 <2030 축의 전환>에서 일주일마다 전세계 도시 인구는 150만 명씩 증가한다고 분석하였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엔 인구 75%가 도시나 바닷가에 살며, 2050년 인류의 80%가 도시에 살 것으로 전망했다.
[2] 스마트한 교통 서비스 고도화는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성숙한 시민들의 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선도적 스마트시티에 속한 다수의 시민이 자발적인 ‘도시 측량사’가 되어 도시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벤트와 도로 상황을 데이터로 만들어 생산하는 ‘매퍼톤(Map-a-thons)’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는 ‘포용성’을 강화를 지원한다.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은 휠체어나 유아차, 목발, 지팡이 등 보조장치를 사용하는 이동약자가 비교적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는 보행 경로나 대중교통 수단 이용 경로를 지도 형태로 만드는데 참여한다. 이러한 성과는 ‘아래’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종종 ‘위’로도 전파됐다. 2017년 구글은 다양한 도시들에서 자발적인 시민들이 만들어낸 ‘매퍼톤(Map-a-thons)’ 프로젝트를 반영하여, 자사의 ‘구글맵’ 서비스의 사용자 설정 검색 옵션에 ‘휠체어로 접근할 수 있는 장소 찾기(Find wheelchair-accessible places)’를 포함시켰다.
이동약자를 고려한 디지털 지도는 이동약자의 이동 가능성을 물리적으로 확장하지는 못한다. 포용적 스마트시티를 위한 모빌리티 인프라를 빙산에 비유한다면, 이동약자의 접근성을 고려한 디지털 지도는 수면 위로 드러난 꼭대기 부근에 놓일,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전달하는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에 가깝다. 수면 아래에는 존 어리가 말하는 “거의 모든 모빌리티가 일상생활의 사회성을 가능하도록 하는 거대한 부동의 하부 구조”가 잠겨 있으며, 여기에는 “통로, 철도, 공공 도로, 전신망, … 공항, 라디오와 텔레비전 안테나, 이동 전화 기지국, 위성, 지하 케이블” 따위가 포함된다. 그리고 이러한 물리적·물질적 하부 구조는 우리의 “강제적 이동뿐만 아니라 강제적 고정”을 결정짓는다.
따라서 이동약자를 포함한 시민 모두의 이동 가능성을 보장·향상하는 스마트시티와 이를 위한 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거대한 하부 구조를 포용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휠체어나 유아차가 안정적으로 다니기 어려운 울퉁불퉁한 보행로, 아예 없거나 정확하지 않은 지하철역 내 엘리베이터 위치 정보, 걸음이 느린 이동약자에게는 너무 빨리 바뀌는 초록 신호 등 이동과 관련된 유무형의 도시 인프라가 통합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도시 차원의 포용성은 향상될 수 없다. 예컨대 전국 모든 도시의 지하철역이 포함된 이동약자 최적화 환승 경로 안내 지도 앱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거주하는 곳에서 인근 지하철역까지 가려면 수많은 턱과 차도-인도 구분 없는 좁은 비포장 골목길을 거쳐야 하는 이동약자는 여전히 이동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