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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볼 브리야 Apr 19. 2021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

여행 마지막 날, 마이떼와 이른 아침을 먹고 눈여겨 본 성당에 걸어갔다 왔다. 길가에 있는 골동품점 앞에서 쉽게 눈길을 거두지 못하자 마이떼가 우리 잠깐 들어갔다 올까? 하고 운을 뗐다. 이어지는 좁은 통로 벽면에 물건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복도 끝 왼쪽에 공간이 더 있었다. 물건이 그렇게나 많은데도 산만한 느낌이 없는, 그 분위기가 독특했다. 입구 가까운 곳 진열대에 자리한 보석함에는 오래된 동전이 가득했다. 마이떼는 우리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뒤따라 들어온 주인아저씨에게 이곳에서 가장 가치 있는 화폐가 무엇인지 물었다.


주인아저씨는 여러 개의 동전을 계속해서 꺼냈다. 멕시코에 스페인 군대가 도착했을 당시에 사용했다는 화폐는 비닐 포장이 덧대어져 있었다. 세월의 흔적만큼 손 때가 가득 묻어 있어서 그런지 약간 닳아있었다. 마이떼가 아시아 관련 물건도 있는지 묻자, 아저씨는 확신에 차 그럼, 모든 게 다 있지라고 답했다. 주인아저씨가 물건을 찾는 동안 우리는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타자기, 축음기 등을 만지며 감탄했다. 모두 사용 가능한 것들이었다. 


마이떼는 가끔 내가 기자로 일했던 점을 강조하며 이것저것을 말하곤 한다. 이때도 타자기를 가리키며 앞으로 이걸로 글을 쓰면 되겠다고 말을 건넸다. 나는 그냥 웃으며 우리 이름을 종이에 새겨 넣었다. 앞으로 다시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불투명하다. 기자라는 직업이 좋았던 이유는 매번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비슷한 선상에 있는 직업을 찾으면 된다.


그때 아저씨가 한국은행이 발행한 천 원짜리 지폐를 찾아 보여줬다. 아주 오래전에 친구가 준 화폐란다. 구권이었다. 그 이후로도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 다양한 나라의 지폐를 보여줬다. 연속해서 감탄하고 지폐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상점을 나왔다. 이제 막 정오를 지난 께레따로의 햇빛이 따사로웠다. 


만약 혼자였다면 두리번거리다 나왔을 텐데, 마이떼와 함께하니 이 아이의 시선이 덧입혀 여행이 훨씬 풍성해졌다. 마이떼도 나를 통해 좋은 무언가를 봤을까, 하는 생각이 일었다. 마이떼는 정말 꽤 괜찮고, 매력적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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