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연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 적 있는가!
죽음을 각오한 신념과 가치는 한번쯤 가져본 적 있을까?
-김대건 신부 -
그날의 나라면 남을 수 있었을까?
1979년 12월 12일이 시작이었다. 전두환, 노태우 등이 이끌던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세력이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1980년 12월 서울역에 대규모 학생 데모가 일어나고, 결국 전두환은 1980년 5월 17일,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한다. 국회도 해산하고 학교는 휴교령을 내린다.
다음날인 5월 18일, 전남대 학생들은 등교를 했다. 결국 학생들과 공수부대가 충돌하고 군대는 시위에 가담한 시민들에게까지 발포를 하면서 열흘간의 항쟁은 시작되었다.
5월 26일, 계엄군은 최후통첩을 했다. 도청 분수대광장에 모인 시민군은 마지막 연설을 하고 결사항전과 자진해산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라!”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계엄군의 진압에 맞서 목숨을 바치겠다는 최후 결사 항쟁자가 속출했다. 돌아가지 않고 남은 이들은 도청에서 최후의 항쟁을 벌였다. 5월 27일 새벽 3시,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시민군은 계엄군에 제압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5.18은 끝났다.
“쪽 팔려서요.”
도청 마지막 항쟁에서 겨우 살아남은 이가, 왜 도망가지 않았냐는 질문에 답한 말이다. ‘쪽 팔리다’는 ‘부끄러워 체면이 깎이다.’의 속어이다.
인간이 얼굴을 붉히는 유일한 동물이다. 아담과 이브가 이성을 갖추고 수치에 사로잡히면서 인류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역사 속에서 수치를 느끼는 인간의 번민은 찾아보기 쉬울 정도로 인간은 부끄러움을 싫어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윤동주 ‘서시’ -
중용에 의하면 사람은 누구나 남의 불행을 차마 내버려두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를 ‘사단’이라 한다.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 바로 그것이다. 그중 ‘수오지심’은 의롭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을 말한다.
도청 앞 마지막 연설이 끝나고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들은 죽음을 택했다. 의롭지 못함을 부끄러워한 그들, 결국 그 ‘의’는 민주화의 발판이 되었다.
한국정치에서 어떤 문제이든 폭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대한민국 군대는 국민을 함부로 살상할 수 없다는 믿음과 확신을 얻었다. 5.18의 진실에 기반한 용기와 정당성은 촛불항쟁으로 이어졌다.
‘의’는 ‘옳다’는 진리를 그들은 증명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