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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리 Aug 27. 2020

오빤 전생에 뭐였을까?

동네 한 바퀴 운동 중에 신랑에게 물었다.


“오빤 전생에 뭐였을까?”

“난 말이야... 저 전봇대였을 거 같아.”


운동하는 길에 서 있는 전봇대를 바라보았다. CCTV함체, 각종 변압기, 케이블, 제어함, 국내 통신사들의 LTE 안테나와 기지국 등 전봇대가 제대로 서 있는 게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신랑이 전생이라고 생각하는 동네 전봇대


이건 뭔 소리지? 내 생각엔 신랑이 그리 힘들게 사는 거 같지 않고 아무 고민과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은데 너무 과장된 포장을 한 듯하다. 신랑은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짐이 딱 저 전봇대를 닮았다고 했다. 




일요일 아침마다 챙겨보는 TV 동물농장에서 며칠 전 에버랜드에 몇 년 전에 중국에서 입양해온 판다 부부인 아이바오와 러바오 사이에서 태어난 2세의 감동 스토리가 전해졌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판다의 탄생이라고 했다. 


아이바오와 새끼 판다


판다는 임신과 출산이 어려운 동물로 알려져 있다. 가임기가 1년에 딱 한 번뿐이고, 보통 3~4월경에 1~3일에 불과하다. 3~4월에 짝짓기가 성공하면 약 4개월간의 임신 기간을 거쳐 7~8월에 출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임신에 성공해서 출산하더라도 어미 판다가 체력이 떨어져서 아기 판다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서 판다는 자연 번식이 어려운 동물 중 하나이다. 


“그럼 넌 전생에 뭐였을 거 같아?”


신랑이 물었다. 


“난 판다였을 거 같아. 1년에 딱 한 번밖에 없는 가임기를 계속 놓치고 있는 판다. 혼자 노느라고 딱 한 번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그래서 애가 없는...”


전봇대를 보고 둘이 웃다가, 

판다 이야기를 하고는 둘 다 씁쓸하게 돌아왔다. 


난 왜 가끔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걸까?


기회가 온다면 신랑과 함께 ‘잠이 든다, 잠이 든다.’ 하면서 최면을 거는 전생 체험 꼭 해봐야겠다. 


100% 믿는 건 아니지만 궁금하다. 

진짜 우리 부부의 전생은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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