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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리 Aug 30. 2020

30개의 에세이 매일 쓰다

한 달 브런치

"언니, 일간 이슬아 알아?"


"월간 윤종신은 알아도 일간 이슬아는 모르는데?"


"비슷한 거야. ‘이슬아’라는 1인 출판사 운영하는 작가인데, 학자금 벌기 위해 ‘일간 수필 구독’을 기획한 거야. 월 구독료 1만 원을 내면 주중 5일을 매일 이슬아의 에세이를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는 거지. 그 대단한 일을 지금까지 3년째 하고 있대."


[주 5일 × 4주일 × 12개월 = 240편 × 3년 = 720편]


미쳤군. 매일 글쓰기를 3년째 한다고? 매일 하는 양치질도 1년에 몇 번은 안 하고, 매일 가는 화장실도 성공 못할 때가 있는데. 


2020년 3월부터 친한 동생 유진이의 추천으로 시작한 브런치였다.

몇 번을 떨어져서 재수 삼수를 한다는 브런치에 단번에 작가로 등극하였다.


뭐야. 나 글 쓰는 재능 있는 거 아냐?


글이라고는 회사에서 쓰는 보고서가 대부분이었고, 여행을 좋아하니 건축 기행문을 쓰며 스케치 메모가 전부였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지만, 머리-마음-손의 연결고리는 자꾸 나의 일상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늦은 결혼, 실패와 좌절의 경험, 남편의 이해 못할 언행들, 가족관계와 친구에 대한 상념들 등이었다.

‘이렇게 솔직 해도 되나?’라는 걱정이 들만큼, 그래서 브런치 작가들이 필명을 따로 쓰는 것이 이해될 정도였다. 쓰면서 낄낄대고 웃고, 혼자 훌쩍거리며 쓰다 멈췄다를 반복하였다. 


어느 날은 새벽에 잘 써졌고, 어느 날은 늦은 밤 맥주 한잔과 함께 글쓰기는 나의 술친구도 되어주었다. 마치 혼자 하는 연극과도 같았다. 친구를 만나서 아무리 수다를 떨고, 남편 흉을 봐도 막혀있던 나의 고구마 체증은 혼자 써내려 가는 개인 인생사로 인해 내 마음은 금세 쏟아져 내렸다. 


날을 정하고 쓰는 것은 아니었지만, 알아서 공부하는 고3처럼 나를 쓰게끔 하고 싶었다. 

이미 브런치 작가였던 유진이와 환경설정을 하였다. 주제를 서로에게 주고 1주일/1개의 브런치를 쓴 지 5개월이 되었다. 그간 나는 내가 쓰고 있는 것이 정답인지 오답인지 궁금했다. 

단 한 번도 뭔가를 쓰는 것에 대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글쓰기 원포인트 레슨 특강도 가봤고, 에세이 책 작가와의 만남도 가봤다. 화려한 경력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글쓰기 책을 읽었다. 대통령의 글을 썼던 작가의 책까지 사서 읽어봤다. 내가 원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감동과 공감이 있던지 정보와 지식이 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어떤 글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 쓸수록 글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유진이가 ‘일간 이슬아’ 이야기를 해줬다. 

내 머릿속엔 ‘매일 쓰다’가 콱 박혔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쓰다가 포기하지 않을까? 
매일 쓰면 뭐가 달라지나? 

머릿속이 몽땅 ‘매일 쓰기’로 채워져 있을 무렵, ‘한 달 브런치’를 만났다. 

세상에! 별의별 앱이 다 있구나, 그런데 이거 만든 사람 머리 좋은데?라는 생각으로 후다닥 시작해버렸다. 


2020년 8월 한 달간 매일 쓰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 에세이 하나 쓰는데 4일이 걸렸다. 

유진이와 1주/1개의 브런치를 할 때는 하루가 걸렸다.

한 달 브런치를 시작하고 처음 며칠은 하루 종일 에세이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오늘 쓰고 브런치에 올리고 자고, 다시 내일 일어나면 쓰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었다. 2주일쯤 지나고 나니 시간은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2시간 정도에 한편을 쓴다. 하지만, 쓰기만 2시간일 뿐이지, 내가 정한 주제에 맞게 머릿속으로 기승전결을 정하고 예문을 들고 신랑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머리는 글쓰기 생각뿐이었다. 처음엔 빈약하고 나약했던 주제는 점점 디테일해지고 서로서로 꼬리를 물기 시작하여 


글쓰기 주제는 끝이 없었다. 


구독자가 폭발하는 유명 브런치 작가들을 구독하여 읽기 시작했었다. 구독자가 많은 작가들이 한없이 부러웠었다. 넘사벽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함께 하는 한 달 브런치의 동료들의 글이 점점 내 마음에 와 닿기 시작했다. 


유명 작가는 아니지만, 모두 그들이 사는 세상이었고, 난 그들과 경험을 공유했다. 


‘30일 매일 쓰다’는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구독자 34명에서 78명으로 44명 증가하였고, 누적 조회수 98,296에서 156,108로 57,812 조회가 늘어났다. 매거진은 2개에서 4개로 늘어났으며 글의 분류작업이 가능해졌다. 다음은 어떤 글을 써야 할지에 대한 글 기획이 생겼다. 

하지만, 늘어난 구독자와 누적 조회수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댓글 3줄로 나와 공감하는 사람들과의 짧은 만남이 더욱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냥 아무거나 읽는 것이 아닌 읽으며 생각하며 내 언어로 쓰기까지 연결된 읽기로 바뀌고 있다. 

또한 ‘매일 쓰다’에서 ‘쓰다’보다 더 중요한 ‘매일’ 꾸준함의 무서운 힘을 알아냈다.


스물아홉 살인 지금은 더 이상 재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 지 알게 되어서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능과 반복 – 이슬아


글쓰기에 있어서 정답과 오답은 없다. 

어떻게 쓰는 것이 잘 쓰는 글이고 어떤 글이 훌륭한 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심과 진실을 담는 꾸준함’이 내가 나에게 주는 허락함일 것이다.


오십 세를 맞이한 2020년 8월은 그렇게 나에게 뜨거운 ‘매일 쓰다’로 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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