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서리 Aug 29. 2020

헬리녹스(Helinox) 대표님께

안녕하세요, 헬리녹스 대표님.


저는 올해 오십을 맞이한 캠핑 초보입니다. 나이는 오 십이지만이제 결혼한 지 5년 차인, 구혼으로 넘어가는 중인 신혼의 중년입니다. 근래 몇 년 동안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던 중, 친한 동생으로부터 

‘언니, 캠핑 한번 해볼래?’ 

라는 권유를 받고 작년 10월부터 캠핑을 시작했습니다. 돈 아끼고 아껴서 몇 년에 한 번 호텔에서 숙박을 했었고, 콘도나 펜션으로의 여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여행 스타일은 오랜 시간 동안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에 만난 캠핑은 저에게는 곧 ‘치유’였습니다. 


하루 종일 움직여야 밥 한 끼 먹더군요. 커피 한잔 마시려고 해도 약 500보는 걸어야 내 입으로 비로소 커피 한잔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삼시 세 끼’ 프로그램을 를 보면서 ‘이서진은 한 끼 먹는데 왜 오전 내내 바쁘지?’라고 했던 제 자신이 바로 그 꼴이었습니다. 

몸이 바쁘니 생각이 비워지고, 생각이 단순 해지니 마음이 후련해지더군요. 

게다가 함께 가는 캠핑러들이 모두 동생들인데, 캠핑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마음은 논어에서 말하는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와 같이 마음이 어질어 제가 마음 두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제가 다닌 초기 캠핑은, 형편없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지하실에서 사용하는 경비실 랜턴을 가져왔고, 집에 있는 돗자리에 앉았으며, 백팩 대신 각종 봉투와 시장바구니에 짐을 가져왔었습니다. 신랑은 직구로 군용 텐트를 하나 사서 둘이 텐트 안으로 들어가면 숨을 쉴 수도 없는 그런 텐트에서 깔깔대며 시작했습니다. 2개에 3만 5천 원 하는 캠핑 의자를 사서 신랑과 둘이 앉아서 맥주를 마셨던 그 첫 기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첫 캠핑 장비들 / 2개에 35,000원 주고 구매한 무거운 캠핑 의자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구매했던 텐트와 의자는 곧 한계를 맞이했습니다. 의자 한 개당 쌀 한 포대만큼 무거웠고, 텐트 안에서 더 이상 우리 부부는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캠핑러들이 어떤 장비들을 가지고 오는지 공부하였고, 저와 함께 다니는 후배들은 어떤 의자에 앉는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다 한결같이 헬리녹스(Helinox) 제품의 의자를 사면서 가져와서 앉을 때마다 저마다 감동과 어떻게 이 의자를 만나게 되었는지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처음 알았습니다. 헬리녹스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브랜드라는 것을. 

세계에서 가장 튼튼하고, 가볍고, 휴대하기 편한, 캠핑족 특히 백패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의자 브랜드가 바로 헬리녹스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특히 의자와 텐트의 생명과도 같은 ‘텐트폴 세계 1위’의 동아알루미늄이 부친이 일군 회사였고, 2009년 등산용 스틱과 우산을 시작으로 2012년 처음으로 의자를 출시했습니다. 헬리녹스의 브랜드는 2012년이지만, 이미 텐트폴인 알루미늄 다리로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이며 각종 캠핑 브랜드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알았습니다. 특히 한국애 서보다 해외에서 먼저 브랜드의 값어치를 알았다고 들었습니다.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나도 꼭 헬리녹스 의자를 사고 말테야.’라는 꿈은 얼마 전 8월에 5주년 결혼기념일에 이루어졌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외식이 힘들어진 남편에게 기념일 밥 먹지 말고, 헬리녹스 의자를 선물해달라고 했고, 신랑의 OK사인에 저는 너무나 흥분했었습니다. 기왕 살 거 온라인 말고 직접 앉아보고 눈으로 보고 사고 싶은 마음에 헬리녹스 크리에이티브센터 한남동을 방문하였습니다. 


매장을 방문하여 저는 짐짓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습니다.


리녹스의 디테일과 치밀함, 편리함과 간편함, 강함과 부드러움을 생각했던 제가 예상했던 매장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만나고 싶었던 캠핑 의자들은 지하 1층 바닥 벽 천장을 모두 어두운 마감재로 되어있었고, 조명의 조도 또한 어두웠습니다. 내려가는 계단에는 박스들이 적재되어 있어 여기가 매장인지, 창고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습니다. 


지하 1층 모습

의자들은 두서없이 적재되어 있었고, 분류와 설명이 불친절했습니다. 

캠핑족들의 대부분은 자연을 사랑합니다. 그들은 자연에서 헬리녹스 의자에 앉아있는 자신을 상상하고 가지만 매장의 이미지는 외부, 자연광, 숲이라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내부 계단은 그 커넥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대부분의 손님들은 계단실의 계단을 사용하였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니 헬리녹스 홈 라인이었으나, 지하 1층과 다를 바 없는 디스플레이였습니다. 의자의 디자인은 동일하나 컬러와 재질, 그리고 분위기가 다른 의자라면 분명히 전시방법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커다란 재봉틀이 홈 라인과의 상관성을 말해주기에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1층 모습

3층의 전시는 프로젝터용인지 아니면 쉘터용인지 구분이 안되었습니다. 4층의 전시는 너무나 투머치 물품들이 즐비했었습니다. 특히 캠핑용 백팩은 책이 아닙니다. 장식장 가득 찬 가방들의 옆모습으로 마치 책꽂이에 꽂힌 책들처럼 모서리를 보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4층 모습

또한 4층의 많은 캠핑 관련 물건들은 아무런 연관성과 스토리 없이 더욱더 많이 전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반의 맨 꼭대기까지 전시되어 컵 하나 만져보려면 사다리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4층 모습


저는 헬리녹스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헬리녹스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스토리와 동아알루미늄과의 연관성, 제품의 명품성, 현장에서의 활용성이 함께 잘 섞일 수 있는 공간을 캠핑족들에게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공간이 작고, 층수가 여러층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갑작스러운 규모의 확대로 인해 물량 확보만으로도 힘겨움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헬리녹스가 세계적인 캠핑러들에게 대한민국을 찾는 이유가 ‘헬리녹스 크리에이티브 센터’를 방문하기 위한 목적이 되기를 더욱 기원하는 마음에 적어 보았습니다.


첫째, 전시물 층수를 바꿔보세요.

가장 주력 상품인 아웃도어 의자를 1층과 2층으로 연결시키고 분위기를 숲 속으로 잡아 실제 캠핑하는 것과 같이 디스플레이를 연출하세요. 더 많은 의자의 다른 컬러를 보고 싶다면 4층에 의자만 전시해주세요. 한번 헬리녹스 한남점을 방문하고 2번째 방문자는 3층과 4층을 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볼거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을 4층까지 반드시 올라갈 수 있는 힘을 브랜드에서 보여주세요. 

3층은 홈 라인으로 포근하게 꾸며주세요. 아웃도어 용품으로 시작했지만, 집 안에서도 충분히 헬리녹스 의자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디스플레이를 해주세요.

지하 1층은 어차피 자연채광이 안되니, 텐트와 쉘터를 저녁의 캠핑 느낌으로 연출해주세요. 

4층의 각종 물품들은 1,2,3층과 지하 1층에서 보여주는 세팅 개념에서 다 연출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각층에서 찜한 제품들을 캐시 카운터에서 말만 하면 바로 꺼내 주는 방식으로 하시면 될 겁니다. 


둘째, 전시 방법을 바꿔보세요.

물건을 선반이나 테이블에 하나하나 놔두는 방식은 고객들은 그냥 쓱 지나가게 하는 방법입니다. 전시 방법을 잘 한 매장 중 하나가 저는 이케아 가구 매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케아의 입구를 들어서면 다짜고짜 가구들의 전시가 아닌, 각 방들, 안방, 거실, 화장실, 주방, 자녀방까지 실제 사람이 바로 들어가 살 수 있을 만큼 디테일한 디스플레이에 집중하였습니다. 고객들은 방 하나하나에서 대화하고, 앉아보고, 누워보고, 치수를 재고를 반복하며 실제 본인들 집에 어울리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합니다. 그 모든 방들을 모두 지나야 비로소 각 제품들을 늘어놓는 방식의 셀렉션 존으로 향하게 됩니다. 

헬리녹스 역시 제품을 그냥 두서없이 테이블에 올려놓는 방식이 아닌, 각 캠핑족들의 실제 모습처럼 디스플레이를 바꿈으로써 고객들은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겁니다.


셋째, 조명 방식 바꿔보세요.

자연채광과 비슷한 색온도를 가지고 있는 조명 방식으로 바꾼다면 고객들은 헬리녹스에서 출시하는 다양한 컬러와 패턴의 의자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밀리터리 올리브색을 매장에서 볼 때 좀 고민했었습니다. 컬러가 너무 남성스럽지 않나 걱정을 했었지요. 그래서 색깔을 볼 때 일부러 창문가로 가져가서 자연채광에서 보면서 확인을 했습니다. 구매 후 집에 와서 환하게 다시 보니 너무 예쁘고, 캠핑의 숲에서 놓았을 상상을 하니 잘 어울렸습니다. 하지만, 매장 내에서 그 색을 보는 고객들은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겁니다. 또한 조명 방식을 집중 조명 방식이 아닌 전반 조명 방식으로 조금만 바꾸면 고객들이 제품을 판단하기에 좀 더 수월할 거라 생각합니다. 


넷째 마감재를 바꿔보세요.

대체로 좀 어둡고 무채색 계열입니다. 물론 무채색과 채도가 낮은 마감재들은 실패할 확률이 낮습니다. 하지만, 헬리녹스 아웃도어 라인과 홈 라인 모두 콘셉트가 확실한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콘셉트가 확실하다는 것은 공간을 꾸미기 쉽다는 뜻이죠. 아웃도어는 정말 숲같이, 홈 라인은 그냥 집같이 디스플레이하고 마감재를 선택하면 됩니다. 장식품, 러그, 패브릭, 조명등으로 크게 인테리어를 바꾸지 않는 방법에서 충분히 분위기 연출이 가능합니다.


결국 저는 택티컬 밀리터리 올리브 체어 투를 구매했습니다. 너무나 만족하고 다음 캠핑에서 개시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헬리녹스 택티컬 밀리터리 올리브 체어 투


제가 헬리녹스를 좋아하는 만큼 캠핑을 다니는 친구들은 헬리녹스 제품으로 모두 구비하기를 바라는 마음만큼 헬리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브랜드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보이길 기대하며 이름과 같이 태양(헬리오스)과 밤의 여신(녹스)이 함께 하여 더욱 빛나길 기대합니다. 


좋은 제품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00년 가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