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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리 Sep 18. 2020

10년 전 나에게, 무엇이 시간낭비라고 할까?

주역의 곤괘(困卦)

2002년 대학원 졸업을 했다. 늦은 나이에 미국 갔을 때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졸업 후 미국에 있는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이력서 300군데를 냈다. 졸업 후 기숙사 퇴소를 해서 한국인 집에 방 한 칸을 얻어 지냈다. 집주인이 못된 성격이라 파이팅 한판 하고 쫓겨났었다. 더 싼 집의 방 한 칸을 또 얻었다. 햇빛도 안 들고,냉장고는 텅텅 비었고, 주변 지하철역은 무법 지대였으며 미국 회사에 취직은 안되고, 한국은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고 돈은 하나도 없었다.


상황은 곤경에 처했고,

가자니 태산이요, 돌아서자니 숭산이었다.


주역 64개의 괘 중, 곤(困) 괘가 있다.


물이 연못 아래에 있거나 연못에 물이 없는 것을 상징한다. 이것은 곤란한 국면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마련이다. 꼭 막혀서 통하지 않는 상황에 처했을 때 취한 행동이 성공하지 못해 진퇴양난에 빠진 것을 뜻한다. - p241


즉 곤(困), 곤란한다. 기운 없다. 지친다는 상황이지만, 그것은 역시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困亨貞大人吉无咎有言不信

곤형정, 대인길, 무구, 유언불신

적극적으로 해야 하고, 견뎌야 하니, 대인처럼 하면 길하고 괜찮다.


臀困于株木入于幽谷三歲不觀

둔곤의주목, 입우유곡, 삼세불관

엉덩이가 나무뿌리에 곤하니 골짜기로 들어가서 3년이 지나도 보지 못한다.


困于酒食朱紱方來利用亨祀征凶无咎

곤우주식, 주불방래, 이용형사, 정흉무구

먹고 마시는 것이 곤궁하나 나를 가둔 사람이 곧 온다.


困于石據于蒺黎入于其宮不見其妻凶

곤우석, 거우질려, 입우기궁,불견기처, 흉

돌에 곤궁하고 가시나무에 둘러싸인다. 집에 들어가도 아내를 보지 못해서 흉하다.


來徐徐困于金車吝有終

내서서, 곤우금차, 린유종

오는 것이 더디고, 쇠 수레에 곤궁하니 인색하나 마침이 있다.


劓刖困于赤紱乃徐有說利用祭祀

의월, 곤우적불, 내서유설, 이용제사

코와 발꿈치를 베이고 적불로 곤궁해진다. 천천히 벗어나면 괜찮으니 제사를 지내면 좋다.


困于葛藟于櫱卼曰動悔有悔征吉

곤우갈류, 우얼올, 왈동회, 유회정길

칡넝쿨에 곤궁하니 위태롭다. 움직이면 후회가 있으나 후회하며 적극적으로 가면 길하다.

-    p6


곤(困)에 처했을 때 헤어 나올 수 있는 방법은 3가지이다.


1)   참고 견디며 기회를 기다리기

어려운 위기에 처했을 때 기회를 기다렸다가 돌파해야 한다. 끈기를 가지고 바른길을 굳게 지켜야 한다. 소인은 망하고 대인은 길하다. -p352

즉 소극적으로 움츠러들지 말고 적극적으로 무진장 해대야 한다. 그래야 벗어날 수 있다.


2)   중도를 굳게 지키기

비록 술과 밥은 없지만 굳센 의지로 위기를 벗어날 꾀를 도모해야 한다.


3)   협력해서 위기 넘기기

지나치게 조급해하지 말고 힘을 헤아려 시행해야 한다.

-p352


동백이 드라마를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드라마 다시 보기를 해주는데,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와 용식이를 다시 볼 수 있다. 10년 전이라면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바로 용식이가 동백이에게 해주었다.


“동백 씨는 주먹 피고, 어깨 피고, 이렇게 같이 걸어유. 그래야 동백씨다운 거에유.”


10년 전 나에게, 무엇이 시간 낭비라고 할까?


“지금이 곤궁하고 빈곤하고 쓸모없다고 생각하면서 나에게 스스로 자책하며 시간낭비하지 말고 머리 들고, 어깨 피고, 주먹 쥐고 씩씩하게 걸어야 한다. 지금 상황이 안 좋다고 지금이 끝이 아니고, 지금 잠시 반짝하고 승승장구한다고 그것이 영원한 영광은 아니니 그저 묵묵히 걸어가거라”




참조 :

<무하유(無何有), 어디에도 없는 시간을 모으다. 김도인 저>

<주역의 힘, 문킨촉 저,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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