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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리 Sep 06. 2021

글을 쓰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할지 어려운 J에게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 빨가면 사과 – 사과는 맛있어 – 맛있으면 바나나 – 바나나는 길어 – 길으면 기차 – 기차는 빨라 – 빠르면 비행기 – 비행기는 높아 – 높으면 백두산 – 백두산~

 

몇 살까지였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왜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친구들끼리 발맞추어 동네에서 투 스텝 뛰어놀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누가 지었는지, 언제부터 이 노래가 구전되었는지, 실제로 음표가 존재하는 음악인지 모르겠어. 아무 의미 없는 원숭이부터 시작된 단어는 결국 백두산까지 가는 거지. 두 단어는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연결고리이지만, 이 노래를 끝까지 듣고 나면 원숭이는 분명 백두산이 되어 있거든.


J야!


너의 인생을 말할 수 있는 단어들인


미술, 디자인, 인테리어, 유학, 아이, 직장, 디자이너, 결혼, 병원 산업, 경영, 가족, 여행, 성경, 기도


는 너만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단다. 마치 원숭이부터 백두산까지 가는 길이 험하고 난처하더라도 너의 단어인 미술부터 기도까지 ‘연결’이 가능할 수도 있단다.


“창의는 다르게 보는 것이다. 창의성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 박웅현(TWBA KOREA 대표)


“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창의성은 그냥 사물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 스티브 잡스


신변잡기나 단순 정보,
또는 일상의 나열함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보의 조합,
정보에 내 경험을 담은,
읽히는 글을 쓰다.


이것이 내가 해주고 싶은 가장 중요한

‘글쓰기의 시작’이라고 본다.

 

주장보다는 팩트가

독설보다는 풍자가

분노보다는 연민이 많은 글을 쓰도록 하여라.

 

조용하지만 강력하고

차분하지만 또렷한 자기 철학을 가지도록 하여라.

 

솔직하게 써라. 

너 자신을 전부 보여주지 않으려면 시작하는 것을 잠시 고민해 보아라.


위트 있게 비틀어라.

글은 네 감정을 쏟아내는 쓰레기통이 아니란다.


쓰면 끝이 아닌 자신을 위로해라.

나의 글의 타깃은 바로 ‘나’다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지가 가장 중요하단다.

‘전달’이라는 매개체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너 혼자 노트북을 켜놓고 일기를 쓰면 된다.

그러나 전달 매체인 블로그나 브런치를 통한 글이라면 그 타깃이 큰 역할을 하는 거지.


간단하면서 어렵다.


타깃을 선정한다는 것은

‘나의 글은 20대 초 중반의 남성이 타깃’

이런 게 아니다.


내가 고른 주제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누구와 소통하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게 바로 타깃이란다.


내가 만든 ‘글’이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분야 안에서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야기란 뭔가를 생각해야 한다. 누구와 소통하고 싶은지가 정해져야만, 할 이야기가 정해진다. 내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을 설득할 것인가, 또는 위로를 받게 할 것인가로 타깃이 달라진다.

 

J야, 너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


네가 나에게 던진 질문 하나로 나는 나 스스로 답안을 마련하고 있다.

너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보다는 내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가 되었구나.

 

유명한 에세이스트가 되기 위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위해,

또는 공모전에 수상하여 상금을 받기 위해 글을 시작하진 않았다.


나의 글로 나를 위로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하였고

내 생각들을 충돌하고 융합하여 나만의 정보를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그 글은 다시 나를 위로하고 있단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쓰거라!


그리고 한번 놀러 와서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제대로 수다 한판 떨어보자꾸나.


이 글이 너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충돌시킬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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