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봉투 하나를 뜯는다. 이미 오래전 잊어버린 경험, 낯선 일이다. 소리를 안으로 삼키며 소리 내어 읽는다. 발끝에서부터 따뜻한 힘이 올라와 편지를 쥔 손끝에서 싹이 난다. 아름답다. 눈으로 읽든, 마음으로 읽든 글씨의 행간 속에는 늘 글쓴이의 모습이 보인다. 고심하며 써내려 갔을 글쓴이의 따뜻한 마음도 만져진다. 편지는 그렇게 마음 안에 녹아지게 마련이다.
눈물을 글썽이는 얼굴, 땀이 맺힌 목덜미, 헝클어진 머리칼, 새 신발에 쓸려 상처가 난 발, 작은 손, 웃음소리와 같은 아주 자잘하지만 소중한 것들이 보인다. 그런 것을 글자를 따라가 글쓴이의 가슴에서 읽어내고, 내 마음에서 느끼게 된다. 그렇게만 되면 지금 나처럼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길고 긴, 시련이라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여행자에게 아득하게 멀어 언제쯤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는 목적지. 얼마나 먼 거리인지 짐작할 수 없는 곳이지만 돌아가야 하고 돌아가고 있는 곳. 그곳에 켜진 등잔 빛처럼 마음 안에 영혼 속에서 반짝이게 된다. 그것이 마음에서 시작해 마음에 마음을 전하는 손 편지의 위력이다.
분명 목적지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시련이나 고통의 터널을 걸어갈 수 있고, 견딜 수 있다. 등잔이든, 등불이든 보지 못해도 보이지 않아도 확신으로 다가오는 것이 믿음이고, 믿음이 생기게 된다면 우리는 살아낼 수 있고 가야 할 곳에 갈 수 있다. 그곳이 어디든 내게는 안식이 되는 그곳, 그 시원에 닿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