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 젖은 땅에 찍힌 새 발자국들. 겹치고 겹쳐진 뾰족뾰족한 발자국들이 봄비에 떨어진 꽃잎처럼 예쁘다. 밤새 내린 비를 피해 처마 밑을 서성거리며 내 방을 바라보았는지도 모르겠다. 만질 수 없지만 반가운 만남을 설레며 기다렸는데, 그런 꿈을 꾸며 누군가를 기다렸는데, 장맛비 내리는 창밖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나. 멀어 너무 멀어 닿을 수는 없지만 가깝게 느끼는 곳. 내 마음과 마음, 꿈과 꿈이 시가 되는 시간이었나.
젖은 땅에 새겨진 새 발자국. 그 발자국을 딛고선 투명한 새를 불러내어 내 가슴에 옮겨와야겠다. 보이지는 않지만 보여지는 새, 상상하는 만큼 창조되는 창조력은 믿음의 크기이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실존적 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