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개정3판
칸딘스키가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를 집필한 시기는 그의 나이 44세였다. 지금 기준으로 보아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예술 철학을 이처럼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경외심을 갖게 된다. 그는 이 책에서 예술의 본질과 방향성을 깊이 있게 성찰하며, 추상미술의 기틀을 다지는 독창적인 사유를 선보인다.
마찬가지로 예술과 삶의 본질을 고민하는 42세의 나에게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를 넘어선다. 예술가이자 기획자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지금까지의 작업과 기획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말한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울림”이라는 개념은, 미술의 양상이 다변화되고 기술이 급속히 발전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울림은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되새기게 할 뿐만 아니라, 기술 중심의 현대 예술에서도 또 다른 미적 가능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칸딘스키는 예술을 단순한 형태와 색채의 조합이 아니라, 영혼의 내적 울림을 시각화하는 행위로 본다. 그는 색채와 음악, 형태와 영혼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추상미술이 지향해야 할 정신성을 설파한다. 그의 예술 철학은 오늘날의 유연한 담론 환경과 충돌할 여지도 있지만, 예술에 대한 강렬한 신념과 통찰은 지금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특히 우리 팀이 현재 진행 중인 AI 기반 오디오 비주얼라이징 작업에서는 칸딘스키의 색채와 음악의 연계성 개념이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기술과 감성의 균형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그의 철학은 단순한 이론을 넘어 실천적 지침이 되었다.
이번에 읽은 제3개정판은 저명한 미학자 권영필 선생의 번역으로,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현대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제되어 있다. 복잡한 사상과 추상적 언어가 많은 이 책을 탐독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20여 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칸딘스키의 언어가 다소 관념적으로 느껴졌지만, 다시 읽으며 그는 결코 과거의 사상가로 머물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색채와 음악의 상관관계를 탐구한 그의 방식은 현대 기술 기반 예술에서도 깊은 의미를 갖는다. 특히 우리가 탐구하는 기술-예술 융합 작업에서, 감정과 영혼을 동반하는 표현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했다.
칸딘스키는 예술이 본질적으로 ‘정신적인 울림’을 동반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의 메시지는 기술적 도전과 예술적 깊이를 함께 지향하는 오늘날의 창작 환경에서도 큰 울림을 준다. 그의 철학은 여전히 예술의 나침반이며, 그가 펼친 사유는 기술과 감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예술의 경계를 창조하는 데 유효하게 작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