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음악을 시각화 한것에 대해

불의 섬을 시각화하다.

by kim hojin
Messiaen’s “Île de feu I” in an AI-based Audio Visualization

우리는 때때로, 소리를 눈으로 느끼고 싶어진다.
어떤 음악은 너무나 강렬해서 이미지로 떠오르고, 어떤 멜로디는 너무 서정적이라 색으로 번진다. 이번 G아티언스 무대에서 우리가 실험한 것은 바로 그 감각의 확장이었다. 인공지능 기반 오디오 비주얼라이제이션 시스템을 통해, 우리는 음악을 청각만이 아닌 시각으로도 감상할 수 있는 방식을 탐색했다. 음악은 단지 ‘들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감정’이 될 수 있을까?

이번 공연의 중심에는 메시앙의 「Île de feu I(불의 섬)」이 있었다. 이 곡은 격렬한 리듬과 불협화음, 원초적인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이 음악을 들려주고, 그 안에 담긴 감정적 속도와 떨림, 긴장을 분석하게 했다. AI는 훈련된 감성 데이터와 시각적 언어를 조합해, 곡의 흐름에 따라 화염의 패턴, 불규칙한 점멸, 그리고 폭발하듯 터지는 선과 색으로 음악을 그려냈다. 그 결과, 관객들은 단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형태를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AI가 제시한 이 시각적 이미지들은, 과연 우리의 상상력을 확장하는가? 아니면 제한하는가?

메시앙의 음악을 감상하며 각자 떠올렸을 수많은 이미지와 감정들은, 인공지능이 제안한 단 하나의 시각화 안에서 수렴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계가 만들어낸 감정의 형상은 때로는 강렬한 몰입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감상의 폭을 좁히는 위험도 품고 있다.

우리는 지금, 기술이 예술의 감정을 대신 묘사하는 시대의 초입에 서 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인간은 자연을 모방해 예술을 만들었고,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과 감정을 학습해 이미지를 만든다. 이 둘은 과연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일까?


예술은 오랫동안 모방에서 시작되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흐르는 물소리, 얼굴 위에 스치는 빛의 결을 우리는 그림으로, 음악으로 옮겨왔다. 그것은 자연의 질서를 감정의 언어로 변환하는 일이었다. 인공지능 또한 인간의 언어, 감정, 감각의 흔적을 수집해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이것 역시 또 하나의 ‘모방된 감정’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은 단순한 도구 사용이 아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기억하고 표현하는 존재들의 협연이라 볼 수 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감정이 ‘형태’를 갖게 되는 방식도 다시 배우고 있다. 기술이 감정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감정을 머물게 할 새로운 장소가 되어줄 수는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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