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지는 여정에 대하여

자식에게 우리는 점점 작아진다

by kim hojin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세상의 전부를 부모로 인식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최초의 하늘, 땅이며, 빛이다. 그 안에서 아이는 웃고 울고 느끼고 배운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우주’였던 시간으로부터 출발한 존재다.

요즘 들어(약간의 철학적인) 말이 조금씩 통하기 시작한 딸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어린아이도 마음을 절제하고 감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하루는 아이가 내게 물었다.

“아빠는 언제가 제일 기뻤어? 슬펐던 날은?”

나는 약간의 침묵을 두고 기억을 더듬어 대답했고 같은 질문을 되돌렸다. 아이는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슬펐던 날은 없어! 걱정하지 마!” 그 말끝에 담긴 작고 미묘한 침묵을 나는 알아챘다.

부모는 자식이 아픔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안다. 아이는 모른 척하지만 사실은 다 알고 있다.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뿐 마음은 이미 충분히 복잡하고 깊다. 나는 문득 그런 아이의 표정 속에서 나의 모습과 겹쳐지는 장면들을 떠올렸다.

아이에게 아픔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내가 어쩌면 아이에게도 감추는 법을 먼저 가르친 것은 아니었을까?

아이는 말보다 표정으로 눈빛으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아도 닮아버리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멈춰 세웠다.


그래서 더 이상 감추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이가 자라나는 만큼 우리는 조금씩 작아져야 한다고 믿는다. 갓난아이에게 부모는 우주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우주는 점점 멀어지고 흐려진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우리는 은하가 되고 별이 되고 언젠가는 밤하늘 어딘가에 조용히 떠 있는 작은 별빛 하나가 된다. 그리고 그 별이 천천히 사라지는 날 자식은 또 다른 누군가의 우주가 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하늘이었다가 별이었다가 결국은 빛의 잔상처럼 남는 존재이다. 이러한 변화가 단지 나이듦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향한 사랑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식에게 점차 작아지는 존재다. 그것은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아주 큰 우주에서 아주 작은 먼지가 될때까지 그만큼 오래도록 남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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