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다섯가지 질문

24.11.30 전시리뷰

by kim h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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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인 김승영 선생님을 너무 오랜만에 만났다. 근 5년 만인거 같다. 전시를 보고 짦은 리뷰를 남긴다.

이번 김종영 미술관에서 열린 김승영 선생님의 개인전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은 3층에 전시된 '두 개의 의자'와 'Walk'라는 싱글 채널 비디오, 그리고 자수 작품인 '보라'다.

Screenshot_2.jpg 두개의 의자, 혼합재료, 가변설치, 2024

이 설치 작품은 어머니의 유품을 태운 재와 부부를 상징하는 두 개의 타버린 의자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길처럼 이어진 재의 흔적은 겉보기엔 딱딱하게 굳어진 콘크리트를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유품들이 타고 남은 재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부부의 삶이 힘든 과정이었다고 회고하면서도, 그 모습이 결국 부부의 관계를 은유한다고 말했다.

재로 이루어진 길은 단순한 통로를 넘어, 개인의 기억과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을 암시하면서 동시에 끝나버린 마지막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길 끝에 놓인 까맣게 타버린 의자 한 쌍은 더욱 강렬한 상징성을 지닌다. 두 의자 중 하나가 옆 의자에 기대어 있는 모습은 부부 관계의 유대와 상호 의존성을 표현하며, 타버린 의자와 발자국 없는 재의 길은 소멸과 상실을 암시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관객에게 깊은 정서적 울림을 전달한다.

Screenshot_4.jpg Walk, 싱글비디오, 2024

Walk라는 싱글 채널 비디오는 작가가 어느 날 산책 중 경험한 순간적인 감정에서 출발한다. 어머니가 갑자기 앞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느낀 감정의 파동을 1분 30초 동안 제자리에서 촬영한 짧은 영상이다. 이 영상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어머니와의 관계와 그 순간의 정서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Screenshot_3.jpg 보라, 비단에 자수, 2024

자수 작품 보라는 어머니의 죽음을 다룬 작업으로, 어머니가 가장 좋아했던 옷의 색과 같은 실을 사용해 자수로 완성되었다. 비단천 위에 놓인 이 작품은 죽음의 순간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특히 하트 모니터의 선을 연상시키는 자수는 죽음의 순간이 단순히 직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다양한 흔적과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내면 깊숙이 자리한 기억과 정서를 자극한다. 재로 이루어진 길과 타버린 의자, 어머니와의 관계를 담은 영상과 자수 작품은 상실과 관계의 흔적을 담고 있으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 속 관계와 흔적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만든다.

김승영 작가 특유의 상징적 표현은 매체의 물성을 넘어 정서적 깊이와 철학적 사유를 전달한다. 이 작품들은 단순한 설치 작업에 그치지 않고, 상실과 관계의 복합적인 감정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며 관람객에게 잊을 수 없는 내면의 여정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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